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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킵고잉 Nov 26. 2023

#7.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순간

싸울 엄두가 안 날 때

외로움에 너무나 무서웠지만

만약 같이 산다 해도 외롭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오히려 더 외로워지고 비참해질 나 자신을 떠올렸다.


더 마음을 굳게 잡고 얼른 나가라고 했다.

흐느끼고 오열하면서.

같이 있으면 마음이 약해질걸 알았기에.


그렇게 그가 집에서 나가고 침대에서 한참을 울었다.

정말 큰 일을 해낸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 내가 적어놨던 요구사항을 정리해서 변호사에게 합의서 작성을 부탁했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나는 합의서에만 도장을 찍으면 그 합의서를 번복할 수 없는 효력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시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재산분할에 대해서는 둘 다 2년 안에 이의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조정이혼을 가야 한다는데 그렇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대도 지금 내가 원하는걸 안 들어줄 거 같았다. 갑자기 혼란이 오면서 어떻게 해야 하지 선택을 못하겠고 앞이 깜깜해졌다.


합의서로 빨리 끝내고 2년간 상대가 이의제기 할걸 각오하느냐


오래 걸리더라도 그와 확실히 정리를 하느냐


갑자가 머리가 아파지며 선택을 못하겠고 다 포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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