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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김 May 08. 2024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설득하려 애쓰지 않을 거예요

나는 결혼에 대한 로망이랄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결혼을 기념하는 예식은 오히려 싫어하는 편이었다. 어릴 적 내가 자라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하는 것처럼 어른들은 미래의 내 남편의 존재를 당연시했다. 심지어 어머니는 우리 자매의 미래 배우자 기도를 내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시작하셨다. 연년생 언니의 배우자는 온유한 사람이기를 바라셨고, 나의 배우자는… 어떤 사람을 바라셨더라? 정작 내 상대에 대한 어머니의 기도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내가 결혼을 꿈꾼다. 때에 맞춰 걸려든 남자와의 결혼이 아닌 내 하나뿐인 애인과의 결혼을 말이다.



우리는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다. 애인은 결혼 예식에 대한 꿈이 있다. 지금은 좁은 벽장 안이지만 결혼식을 앞두곤 모두에게 커밍아웃하고 가까운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싶다는 꿈이다. 나에게 결혼식은 혼인의 시작을 기념하는 예식이었기에 하객이 중요한 적 없지만, 애인에게 결혼식은 새로운 가정의 출발을 응원받는 것이었다. 애인의 꿈을 엿보고 나니 왜 다들 결혼식에 열의를 쏟는지 이해가 되었다.


애인은 벌써 여러 가지 독립 서적이나 온라인 세상 속 정보들을 모으거나 그 너머의 경험자들에게 직접 물으며 식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우린 참석 여부도 모르는 양쪽 혼주의 옷차림과 우리의 예식 분위기를 고민한다. 플레이리스트부터 서약, 성혼문을 상상한다. 시간이 지나 예식을 올린 우리의 경험도 다른 커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결혼 전에는 살림을 합치고 대만에서의 혼인 신고 서류 정리를 하려 한다. 이번 십일월, 애인은 가족들과 대만을 방문하면서 국적 취득과 관련한 서류 작업들을 마칠 예정이다. 그리고는…

사실 지금은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애인과 난 아직 서울 상경을 이루지 못했고 그 대대적인 이벤트가 언제 성사될지는 애인 회사 인사부만 알겠지.


그래서, 우리에게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묻는다면, 이게 전부다. 남들과 조금 다른 선택을 하려 하면 주변을 세세한 계획들로 설득해야 한다지만 수년이 지나고 나면 그 설득들의 의미가 얼마나 작은지 알기에- 나름 그 경험들을 여럿 해보았기에, 주변을 내 뜻대로 세우기보다 내 미래를 내 뜻대로 세워가는 사람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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