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지 않겠어요?
나의 대만 경험은 세 차례의 삼사 일간 여행이 전부다. 해외 경험은 중동에 사는 가족 집에 한두 달씩 두 번, 미국 서부에 사는 가족 집에 한 달 지낸 것과 이태리와 독일에서 지내는 친구들 따라 한두 달을 여행하려했던 계획들 뿐이다. 누군가에겐 많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적을 나의 타지 경험들, 경험은 많을 수록 좋지만 적다고 해서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경험이 적을 때에만 해낼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지 않은가.
결혼에 이어 이민을 결심했다고 주변에 알렸을 때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는, “이민이 더 어렵지 않겠냐”는 말과 이어서 “대만에 대해 너무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난 이와 관련된 모든 질문들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대신 ‘그렇겠지’,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대답했다. 나의 어머니는 아주 직설적으로 질문하셨다. “대만이라고 뭐 다를 것 같아?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야.”
나와 애인은 대만이라고 크게 다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역사책 속 이야기처럼 바다 건너 땅 이야기 모르는 세상이 아니니, 국제적으로 우린 대부분의 것을 공유한다. 어릴 적 읽었던 책 속 ‘지구촌’이라는 단어의 쓰임새를 이제서야 실감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머니의 말처럼 대만도 사람 사는 곳이기에 문화적 차별과 혐오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삶은 차별과 혐오를 받지 않는 형태이지만, 너무 이상적인 추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우린 최소한의 보장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최소한의 보장은 서로가 가족으로서 법적 효력을 나타낼 수 있으며 우리 아이의 동시 양육자로 법적 인정이 되는 형태의 삶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든 차별 받고 혐오 받을 것이다. 우리가 퀴어라서, 여성이라서, 동양인이라서, 혹은 그 모든 특징을 갖고 있기에 더욱 그렇기도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도 절대적인 기득권은 없기 때문이다. 어느 곳에서든 차별 받을 거라면 최소한의 보장을 받을 수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가야하지 않겠는가?
우리는 삶 앞에서 용감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들을 얻어낼 권리가 있다. 그렇기에 우린 우리에게 더 나은 곳으로, 이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