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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판 Jul 27. 2024

내겐 너무 어려운 A

 오케스트라는 아무나 하나 _ 07화

오케스트라는 아무나 하나

왜 하필 플룻이었을까

오케스트라 시작 3개월째, 7월 어느 날.

플룻 강사님이 수업 시작 전에 이런저런 훈화 말씀을 하셨다. '결석하지 마라, 우리의 목표는 오케스트라 연주이지 개인 레슨이 아니다, 입장 연습까지 다 하고 연주회 당일날 안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그 자리는 비워놓고 해야 된다, 우리는 운동 경기팀과 같다, 일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 빠지지 마라'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오늘은 파트별 연습 없이 바로 합주실에서 전체 합주 연습을 한다고 했다. 


합주실로 갔다. 휴가철이 다가와서인지 다른 날보다 유독 사람이 적었다. 악기별 지도 강사님을 포함해서 20명 정도 돼 보였다. 그중 플룻이 무려 강사님까지 9명이었다. 플룻 수강생 9명 중 방학이라 본가에 간 초급반 선생님 한 분을 빼고 모두 출석이었다. (이럴 때 플룻 강사님은 얼마나 뿌듯하실까)


모두 자리에 앉자마자 단장님이 오보에 강사님에게 음정 맞추는 기계(튜너)를 가져오라고 했다. 오보에 강사님이 음정 맞추는 기계를 갖고 오자 단장님은 플룻을 딱 집어서 A로 음정을 맞춰보라고 했다. 다른 악기도 많은데 왜 하필 플룻이었을까. 단장님은 무언가를 결심한 사람처럼 보였다.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앞줄에 앉은 상급반부터 차례대로 한 사람씩 플룻을 불었다. 상급반이 끝나자 오보에 강사님이 상급반 뒷줄 맨 안쪽에 앉은 나에게로 다가왔다. 내 눈앞에 작은 기계를 들이밀었다.




A가 뭐예요?





"근데 A가 뭐예요?"


클라리넷 선생님에게만 들리도록 작은 소리로 물었다. 'A'를 모르지는 않았다. 그래도 플룻을 3개월째 하고 있는 사람인데. 확인하고 싶었다. 오보에 선생님이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라예요"


A는 라지, 그렇지, 라가 뭐가 어렵다고. 


플룻을 불었다. 


"라~~~"(긴장해서 약간 떨리기까지 한, 호흡이 짧아 음이 이내 멈추고만 그때를 표현하기에 물결표시가 3개가 딱 적절함)


오보에 선생님이 말했다.


"이거 말고 높은 라를 부셔야 돼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쳐다보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귀 기울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 힘을 줘서 다시 불었다. '높은 라'를 분다고 불었는데 아까 나왔던 그 '낮은 라'가 또 나왔다.


오보에 강사님이 말했다.


"호흡을 크게 하고 힘을 줘서 다시 한번 불어 보세요"


강사님의 말대로 심호흡을 하고 불었지만 이번에도 '높은 라'는 나오지 않았다. 눈치 없이 '낮은 라'가 바들바들 떨면서 또 나왔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오보에 강사님이 단장님과 눈빛을 교환한 뒤 내 옆자리 분에게로 넘어갔다. 


초급반 4명의 음정 맞추기가 끝나자 단장님이 "저분, 저분" 하면서 나와 '높은 라'를 불지 못한 또 다른 한 분을 손으로 가리키며 플룻 강사님에게 말했다. 


"데리고 나가서 따로 음정 연습 시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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