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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판 Aug 04. 2024

연주회 날 남편 와이셔츠를 입고

 오케스트라는 아무나 하나 _ 15화

In A Gentle Rain

오케스트라 발표회 날

복장은 까만 구두(학생들은 까만 운동화 가능), 까만 바지, 흰색 블라우스나 와이셔츠였다. 공연날 입으려고 생각했던 흰색 블라우스가 몸에 꼭 끼었다. 공연 전날 그것을 확인하는 바람에 옷을 살 시간도 없고 하여 남편의 흰색 와이셔츠를 입었다. 옷이 조금 큰 듯했지만 그런대로 잘 맞았다.


공연은 5시부터였으나 12시부터 모였다. 성인 8명, 초등학생 4명, 강사 1명. 플룻은 총 13명이었다. 플룻을 같이 불 초등학생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복도에서 뛰어다니며 잡기 놀이도 하고 대기실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놀았다. 입퇴장 리허설, 공연 리허설, 대기, 사진촬영, 긴장을 풀어주려는 플룻 강사님의 농담, 약간의 수다. 그러는 사이 공연 시간이 점점 다가왔다. 


공연 한 시간 전에 문화원에서 제공하는 김밥 한 줄과 생수 한 병을 받아서 먹었다. 5시가 다가오자 남편한테서 객석 어디에 앉아 있다는 문자가 왔다. 별일 없으면 아이들과 공연 보러 오라는 초대를 받은 그전 해에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도 아이 셋을 데리고 왔다는 연락이 왔다.


단장님과 금관악기팀(트럼펫, 트롬본, 호른)의 신나는 클래식 메들리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무대에 오른 단원들의 가족과 친지가 대부분의 관객인 공연이었다. 단장님이 뒤돌아서 관객석을 향하여 인사할 때 내 옆에 앉은 9살짜리 꼬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가족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사회자가 오케스트라단의 구성과 연습과정에 대해 짧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박수와 함께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습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부분에서는 소리가 안나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손싱크를 미처 못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박자와 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했다. 그래야 삑사리가 나더라도 다른 분들 플룻소리에 묻혀 티가 덜 날 테니까.


플룻 독주를 맡은 분은 우황청심환을 두 병이나 먹고 준비했으나 공연할 때 플룻 소리가 평소 같지 않다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가족 같은 분위기의 작은 공연이라도 오케스트라단 앞에 서서 조명을 받으며 독주를 하는데 떨리는 게 당연했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섰다면 덜덜 떨다가 아마 플룻을 바닥에 떨어뜨렸을지도 모른다.


슈베르트의 로자문데 서곡(Rosanunde Overture)을 시작으로 In A Gentle Rain, A Trumpeter's Lullaby, Genesis,  Iron Man 3 & The Avengers Theme, 차이코프스키의 심포니 넘버 5(Symphony No. 5). 그리고 앙코르곡인 BTS의 Butter까지. 


7개월 동안 준비한 공연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리허설 때부터 텀블러에 물을 채워가며 계속 마셨는데도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공연할 때는 등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했다. 너무 긴장하고 몸에 힘을 줘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앙코르곡으로 준비한 BTS의 버터를 연주할 때는 몇 곡 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쉬움과 감사함이 밀려왔다.


다음 날에는 그곳에서 내가 참여하지 않는 또 다른 성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단의 공연이 있었다. 플룻 강사님과 플룻 상급반 몇 분도 참여하는 공연이었다. 관객석에서 편안하게 오케스트라 공연도 감상하고 플룻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꽃다발도 드리고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짐을 정리하면서 플룻 강사님에게 말했다.



"선생님, 내일 공연 꼭 보러 올게요"




* A Trumpeter's Lullaby를 감상하실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YF45DNzqsT0


*In A Gentle Rain을 감상하실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1tY8H2eXZ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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