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민정 Jun 10. 2024

도심 속 작은 생태계를 만나러 가요.

에코스페이스 연의 (24. 5. 25.)

플로깅은 스웨덴어의 '줍다'를 의미하는 'plocka upp'과 영어 'jogging'의 합성어로, 조깅하면서 주변에 있는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뜻한다. '줍깅'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공원에 사는 생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연못 주위를 산책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게다가 깨끗한 공원 가꾸기에 동참할 수 있다면? 안 갈 이유가 없다.     


화창한 주말, 가방에 도시락과 물을 넣고 아이들과 함께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2022년 11월에 개관한 자연 친화적 건물인 ‘에코 스페이스 연의’는 아파트 숲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5그루의 미루나무를 훼손하지 않고 그 곁에 지어진 콘크리트 건물의 요철 무늬가 높이 뻗은 미루나무 기둥처럼 하늘로 뻗어있다. 자연을 닮은 건물의 디자인은 건축물과 연의 공원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듯했다.    

 


건물 1층에 있는 안내 맞이 공간에서 플로깅을 도와주실 자원봉사자분을 만나면 오늘의 ‘에코 여행’이 시작된다. 양손에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들고 봉사자분의 뒤를 따라갔다.    

 

“여러분, 앞에 보이는 인공 저류지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봉투에 담으면 돼요. 혹시 풀숲에서 너구리를 만나더라도 놀라지 말아요.”      


봉사자분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작은 아이가 놀란 토끼 눈으로 물었다.    

 

“여기 너구리가 살아요?”     

“그럼요. 번식기인 너구리는 누군가 자신을 해친다는 생각이 들면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너구리를 만나더라도 절대 가까이 가면 안 돼요.”     


본격적으로 공원 쓰레기 줍기에 나섰다. 아이들은 보물 찾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에 불을 켜고 작은 쓰레기까지 채집하기 시작했다.     



“연못 위에 새하얀 수련이 피었네요. 여러분, 혹시 수련과 연꽃의 차이를 아나요?”     


수련에 날아든 꿀벌을 보며 봉사자분의 설명이 이어졌다.     


“연꽃의 꽃대는 수면 위로 1미터가량 솟아올라 있지만 수련은 잎이 수면에 딱 붙어 있어 물 위를 떠다니는 나뭇잎 배 같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신기한 듯 연못을 둥둥 떠다니는 수련을 바라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커다란 새가 날아들었다. 잿빛을 띠는 새는 유유히 날아와 공원 가운데 마련된 새들의 쉼터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엄마, 저 새 왜가리예요. 책에서 봤어요.”    

 

첫째 아이는 새를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우리 연못에는 참새, 멧비둘기는 물론 직박구리와 왜가리도 살아요. 작은 공원이지만 여러 종류의 생물이 있답니다.”     



연못에 사는 물고기를 잡으러 온 왜가리는 잘린 나무 기둥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플로깅을 하며 만난 생물은 조류뿐만이 아니다. 우렁이, 자라 등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을 가까이 관찰할 수 있다. 연못 주변 어딘가에 개구리나 뱀도 살고 있다고 했다.     

산책하는 곳곳에서 연의 공원을 사랑으로 가꾸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듬직한 청소부들이 왔네요. 에코 스페이스 네이버 밴드에 가입하면 자연 파티에도 참석할 수 있어요. 요만한 아이들이 참 좋아하더라고요. 연꽃 대를 잘라 비눗방울 놀이도 하고, 맨발로 모심기 체험도 할 수 있으니까 자주 찾아와요.”     


연의 공원을 걷는 에코 여행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온갖 쓰레기를 담은 봉투를 건네는 아이들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이렇게나 많이 주웠으니, 공원이 깨끗해졌겠죠? 동물들이 쓰레기 말고 건강한 것만 먹으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플로깅이 끝나면 에코 스페이스 건물로 들어가 환경과 관련된 체험을 하거나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다. 

1층 ‘채집가의 연구실’에는 바다 쓰레기를 낚시해 해양생물을 살리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비닐을 먹이로 착각하는 바다 생물들. 그들의 생존을 위해 부유하는 비닐을 건져 내며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바다를 살릴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채집가의 연구실 바로 옆 ‘연의 갤러리’에서는 세밀화 생물 포스터가 전시 중이다. 사계절 연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생물들을 생동감 넘치는 세밀화로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전시는 오는 7월까지 예정되어 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단체 모임을 할 수 있는 학습 방 ‘둥지 교실’이 있다. 요즘은 이곳에서 목공 수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 옆쪽에는 작은 실내 온실 ‘감각의 숲’이 보인다. 편백 나무 큐브를 깔아놓아 아이들은 그 안에서 공기놀이를 했다. 나무 의자에 앉아 다양한 식물과 호흡하면 가슴속까지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플로깅은 지구를 사랑으로 보존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이번 주말, 아이들과 소중한 자연의 본모습을 찾아주는 건 어떨까.     

이전 09화 아이들과 종교여행 떠나볼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