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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애미 Jul 14. 2024

너의 파스타

화요일은 로제 , 목요일은 알리오올리오로 어미에게 사과하시고....


                

'하루가 멀다 하고'라는 문장이 나에게 이제 너무나 당연하게 되뇌는 말이 되었다. 우리 집 13세 청소년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변성기의 삑삑 새어 나오는 목소리로 어미에게 일단 대들고 본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오늘길에 전화를 했는데 , 일반전화가 아닌 메신저 전화라서 그런지 통화음이 한참을 울려도 내게는 안 울려서 못 받는데 이유 불문하고 화를 내거나,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다가 본인인 원하는 대답이 아니면 엄마는 항상 그렇다고 , 아무것도 모른다고 벌떡 일어나질 않나, 새벽에 학교 팀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5시 반에 깨워야 하는데 , 깨우면서도 항상 안쓰럽기 때문에 나름 15분 전부터 기다렸다가 조심스럽게 깨우는데 , 마지막 1분은 결국 지르게 될 수밖에 없는 그 속을 이해 할리가 없기에 , 엄마는 화부터 내지 좀 말라고 결국 화는 본인인 내고 5시 45분에 나가는 그 뒷모습이란,,,,

그때마다 내가 하는 입버릇은 ' 회사를 다시 가보고 싶다. 이 정신력으로 끗발 날리게 일할텐데 ' ' 나도 우리 엄마, 아빠 딸인데.. '


그래도 학교를 가는 동안 또는 잠들기 전까지는 '죄송해요.' 한마디에 '응. 괜찮아 , 감정조절은 연습하자.'라고 마무리는 해 주는데 어느 부모나 그렇듯이 , 저 아이가 과연 밖에서는 저렇게 확 튀어 오르지는 않는지 걱정은 멈추질 않는다.


'네가 화내는 상대라도 적으로 만들지 말아라. 될 수 있으면 네 편을 만들어야 해.'

'화가 나도 상대가 미안하도록 만들어라. 사과하고 싶도록.'


아이가 한 참 떼를 쓰는 4실 때였나?

한 번씩 농담처럼 ' OO야 정신줄은? '이라고 물어보면 자동적으로 ' 꼭! 붙들어야 해요! '라고 소리쳤는데 ,

어느 정도 커서는 줄곧 '네 편이 되게 만들. 사과받고 싶을 때는 상대가 사과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해 '라고 얘기를 해와서 그런지 그 아이의 말대로 ' 정신줄 ' 은 어쨌든 길게 가지 않고 찾아오기는 하는 듯하다.


방학을 하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날짜가 금년에는 늦어졌기에, 아이가 오전 트레이닝을 마치면 집에 와서 아침 겸 점심으로 먹고 쉬다가 오후일과를 정해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하루는 참으로 길었다.


길고도 긴 하루를 보내다 보면, 모자지간의 고성은 시도 때도 없이 나오곤 하는데 화요일도 어김없이 터졌다.

이유는 너무도 하찮고 부끄러운 주제였고 , 본인이 밥을 먹는데 엄마는 소파로 가서 기분 나빴다 말하는 십 대 소년이나 , 그걸 어른스럽게 받아치지 못하고 네 기분은 중요하고 핸드폰 보면서 먹는 모습이 뭐 좋아서 앞에 앉아 있냐고 옹졸하게 떠드는 50살의 어미나 그것도 모자라 나와 아이는 단 10분 만에 각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방으로 와서  ' 이건 또 무슨 일? '.. 나 자신도 아이에게 던진 황당한 언행이 후회됐지만, 뭐.. 그 상태로 잠이 들어버렸고. 두어 시간 지나 일어나서 아이의 간식이나 사다 주자는 결심으로 나왔는데...

너그럽게 어미가 간식을 사다 주겠다고 우쭐대며 나왔던 나는 다시 한번 OO보다 한발 늦었단 것을 알았다.

혼자 재료를 사서 ( 나가는 소리도 못 듣고 어미는 잠들고 ) 내가 일어나기 한 시간 전부터 파스타를 만들어 담아주면서 '내가 아까는 rude 했어. 미안'이라며.....

어설프지만 볶고, 자르고, 구워서 올려준 OO만의 로제파스타로 어미의 마음은 미안함과 민망함을 안고 두 접시를 먹어드렸다. ( 상당히 많이 했기에... )

평화로운 하루를 건너뛰고 오늘 ( 목요일 ) 이틀 만에 , 핸드폰을 보면서 아침을 먹던 OO에게 ' 너 요즘 드라마 되게 폭력적인 거 보더라? '라고 말하자마자 그 찢어지는 과도기목소리로 ' 아 뭔 소리야~ 엄마 deaf야?'  

그 소리에 발끈 '뭐라고?'라고 내가 말을 시작도 하기 전에 '내가 뭘 봤는데? 그리고 엄마가 잘 모르고 얘기했으면 엄마가 먼저 생각해야지 왜 내가 미안해야 하냐고요 '

이 정도면 가도 너무 넘어갔지....

'내가 잘 못 알았다고 해서 한 번에 말을 던지거나, 엄마가 뭔가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할 순간을 줬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떠드는 네 말을 내가 들어야 하니? '


웬일로 더 이상의 말대꾸 없이 조용히 앉아있더니 밥그릇 갖다 두고 방으로 들어가기에 , 잘 모르고 얘기했던 울컥했던 찰나 엄마가 나에게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거리를 둬. 아이들도 거리를 두게 해 줘라.'

참자... 참자... 한 시간만 참자....라고 꾹 - 누르고 어쨌든 시간은 지나갔는데 , 아이가 내놓은 두 번째 파스타를 먹고 나서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옹졸했다. 어미는 또다시....

아이에게는 지나간 뒤 사과하지 말고 지나가기 전에 생각 먼저 하라면서 ,,,


음식을 내놓으면서 '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엄마한테 또 rude 했어 '라고 얘기하는 아이에게 그제야 '엄마가 잘 알지 못하고 얘기해서 미안'... 이라며 또 먹는 파스타가 또 맛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미안을 주고받는 모자지간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음식을 해서 내어주는 녀석에게 고마움과 미안함보다 앞서는 생각은 '다행이다... '


내가 화내는 것은 가끔 이 아이를 향해서 화를 내는 건지 , 아니면 나 자신의 모습에서 점점 멀어지는 울분을 토해내는 자격지심인지 가끔은 헷갈리지만 가끔은 우회로로 돌아오는 OO에게 다시 한번 소곤거린다.

'OO야. 엄마가 이렇게 불쑥 화를 내서 너도 놀라겠다. 너한테는 상대를 미안하도록 만들라면서... 이런 예를 보여주네.'

성숙하지 않게 확 - 던지는 화는 닮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없어서 꺼낸 어미의 얘기에 OO는 내가 꼭 묻고 싶은 대답을 미리 해 버린다.

'엄마, 걱정 마... 밖에서 나 안 그래. 아빠가 그랬어. 엄마는 나보다 수십 년을 먼저 살아서 그만큼 가슴속에 히스토리가 많아서 그런 거라고....'

.

.

.

아이가 만든 파스타 두 접시에 새삼 음식을 만들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했을 OO의 그 모든 시간이 새삼 짠하다.

 

이렇게 한발 한발,, 너는 어른이 되고 , 나는 엄마가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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