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가고자 했던 공기업의 경우, 채용절차가 간단하지 않았다. 필기시험 2번, 면접 2번, 인성검사 1번. 그냥 시험 1번에 면접 1번으로 끝내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만, 워낙 지원하는 사람이 많기에 더 나은 인재를 뽑기 위함일 것이다. 절차가 많다는 건 공부할게 많다는 뜻이니까.
시험이 몇 번이고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예상 기출문제, 그동안 배워왔던 교과서, 자격증 책, 등 수도 없이 많은 양을 시험 하나에 합격하기 위해 공부하니까. 고3은 공부 하나만큼은 열정적으로 할 시기 아닌가.
그래서 사실 시험과 면접은 큰 걱정이 되지 않는다. 준비한 만큼 점수로 보여주면 되니까. 미친 듯이 달달 외운 것을 적어내고 말하는 것이니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우리의 발목을 잡는 건 다름 아닌 인성검사. 인성검사라는 건 언뜻 보면 인성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구별하는 시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전체적인 기준은 단 한 가지.
'정상적인 사람인가.'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관계없이 인성검사에서 발목을 잡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매번 1등만 하던 친구가 인성검사에서 떨어지는 경우를 옆에서 많이 봤으니까.
이 시험이 어려운 이유,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정답을 찾는 연습을 해왔다. 초등학교 때부터 말이다. 정해진 수식을 풀거나 외워놓은 단어로 답을 찾아낸다. 하지만 인성검사는 기출문제라고 할 것도 마땅치 않다. 정상적인 사람이 어떤 건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만다.
정답을 찾으려는 것.
인성검사에는 함정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 정상적인 사람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문제가 여럿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나는 무단횡단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바닥에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다.'
이 문제를 처음 보면, 당연하게도 '예'를 골라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인성검사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정답이니까. 무단횡단을 하거나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나쁜 사람이 인성검사에 합격할 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정답은 '아니오' 다.
두 가지 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살면서 무단횡단을 안 해본 사람이 있는가? 바닥에 쓰레기를 안 버려본 사람이 있는가?
없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해봤을 것에 부정을 해버리니, 회사 측에서는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만다.
정답을 찾는 훈련만 받아왔던 우리에게 인성검사의 탈락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정해진 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무너지는 경험은 그동안 믿어왔던 '정답'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인성검사라는 작은 시험에서 마주했던 '정답 없는 문제'의 당혹스러움이, 훨씬 더 거대한 세상이라는 시험에서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흔히 말하는 안정적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정답처럼 여겨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따라가던 길이었죠. 어쩌면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 길만이 행복으로 향하는 유일한 '정답'이라고 강요받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어릴적에는 안정적인 길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좋은 대학 졸업장과 대기업이라는 울타리는 평생직장과 경제적 풍요를 약속하는 듯했습니다. 부모님은 물론 사회 전체가 '정답'을 향해 나아가라고 등을 떠밀었고, 우리는 묵묵히 그 길을 따랐습니다. '왜?'라는 질문은 왠지 불필요하고, '그냥 해야 하는 것'이라고 체념하며 말이죠.
나이가 들어갈수록 '안정적인 길'이 마냥 행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명문대 졸업장을 손에 쥐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려야 합니다.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획일적인 조직 문화와 끝없는 야근에 지쳐갑니다. 겉으로는 번듯해 보이지만, 속은 텅 비어있는 듯한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더욱이 2025년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과 산업 구조의 변화는 '안정적인 길'의 의미를 더욱 퇴색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직업들이 사라지거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희미해졌고,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안정적인 울타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답'에 의존할 수 없습니다. 자신만의 답을 찾아야 합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의미를 느끼는 일을 찾아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가야 합니다.
물론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 실패에 대한 불안감과 마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세요.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실패를 통해 얻는 값진 교훈은 그 어떤 '정답'보다 소중한 자산이라 굳게 믿어요. 어쩌면 끊임없이 질문하고, 탐색하고, 변화하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남들이 만들어 놓은 '정답'을 좇지 마세요.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고,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나가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보세요. 그 여정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자신을 믿고, 용기를 내어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세요.
당신만의 '정답'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