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무표정한 얼굴, 피곤에 절은 눈빛, 각자의 무게로 구부정해진 어깨.
하지만 가끔 그 속에서도 밝게 피어오르는 환한 미소를 볼 수 있는데, 그건 바로 휴대폰 속 연인과 대화하는 이의 얼굴이다.
분명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는데,
누가 봐도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이었는데,
연인과 대화할 때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밝게 웃는다.
대체 사랑이 뭐길래 차가운 아침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표정을 짓는단 말인가.
이 순간을 보고 있자니, 마냥 사랑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겠더라. 사실 사랑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참 신기하지.
나도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한때는 사랑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연애하더니 완전 다른 사람이 됐어."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대부분 부정적인 뉘앙스로 하는 말인데... 뭐가 그리 잘못됐다고 그러는 걸까.
나는 연애할 때마다 변한다.
집돌이였던 내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혼자 있는 게 편했던 내가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됐고, 무덤덤했던 내가 작은 일에도 설레기 시작했다.
사랑으로 인해 변화하는 것. 정말 나쁜 걸까?
예전에는 변화를 두려워했다. 내가 나답지 않게 되는 것 같아서.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모두 다 '나'다. 다만 조금 다른 모습일 뿐.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얼마 전 친구도 나에게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았으니.
"나 요즘 미쳤나 봐... 전엔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고 있어."
그 친구는 원래 굉장히 계획적이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근데 지금은 충동적으로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고, 갑자기 취미를 바꾸기도 하고... 자기도 자신이 이해가 안 된다고.
나에게 어떤 말을 기대했을지는 몰라도, 나는 그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이 더 행복해 보이는데?"
"그런 것 같아... 근데 이게 맞나?"
"맞고 틀리고가 어디 있어. 우리가 기계도 아니고."
우리는 너무 많은 걸 계산하며 산다.
이게 나한테 이득일까, 손해일까.
이 선택이 합리적일까, 비합리적일까.
이 사람과 함께하는 게 내 미래에 도움이 될까, 방해가 될까.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걸 놓치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한지,
이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웃음이 나오는지,
이 감정이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사랑이 우리를 완벽하게 만들진 않는다.
오히려 더 불완전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실수도 하고, 망설이기도 하고, 후회할 만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게 바로 인생 아닐까?
너무 완벽하려고 하면, 정작 살아있는 걸 잊어버리게 된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웃게 되는 게,
작은 일에도 설레는 게,
상대방을 위해 변화하고 싶어지는 게,
이게 더 자연스러운 게 아닐까?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은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든다는걸.
실수해도 좋고,
변해도 좋고,
가끔은 이성을 잃어도 좋다.
그게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생각하며 산다.
가끔은 그냥 사랑하자.
그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