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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이유

by 한찬희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또는
좋아하는게 뭐야?

라는 질문을 들었을때,

음... 글쎄?
별거 없는데...
딱히 없어.
좋아하긴하는데 그냥 좋아만 하는거야. 잘 못해.

정도의 대답을 하게됩니다.

분명 좋아하는게 있는데도,
애써 숨기려하고 드러내지 않으려하죠.

대체 왜일까요?


좋아하는게 뭐냐고 하는 질문에 항상 같이 딸려오는 말.
"잘해?"

좋아하는 걸 물어봐놓고 잘 하냐고 묻습니다.
좋아한다고해서 꼭 잘해야하는건 아닌데 말이죠.

"잘해?"라는 질문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취미를 가졌을 때 더욱 빈번하게 듣게 됩니다.

축구나 농구같이 대중적인 운동을 한다고 하면 "어디서 하냐?", "같이 하자"는 반응이 돌아오지만, 탁구같은 비교적 특별한 취미를 말하면 상대방의 첫 마디는 보통 "잘해?"입니다.

'그정도로 특별한 걸 시작했으면, 그만큼 실력도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부담스러운 시선이 은연중에 담겨있죠.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자격을 검증하려는 듯한 느낌 또한 받게 됩니다.

우리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큽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잘하지 못하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불안감이 우리의 입을 다물게 하죠.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잘하지 못하는건 좋아한다고 못하게 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어린 시절의 영향.

친구들과 원만한 교우관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남들이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해야합니다.

게임을 하더라도 친구들이 하고 있는 유명 게임을 해야하고, 노래를 듣더라도 친구들이 많이 듣는 노래를 들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리에서 배척되기 마련이죠.
'뭐야.. 왜 저런걸 좋아해...'
'쟤 이상해...'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게 됩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겠다만, 어린아이들은 더 심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무리가 생기고,
화장을 좋아하는 무리,
옷을 좋아하는 무리,
등등...

그럼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는 무리에 속할 수 있을까요?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을 내세우는 아이는, 자연스럽게 무리에 끼지 못하게 됩니다.

그들이 이 아이를 괴롭히거나 왕따를 시킨다는 말은 아닙니다. 무리에 속하지 못할 뿐이죠. 이 아이는 1년간 혼자 지내야합니다.

그렇기에 선택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로.

저 또한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좋아했기에, 항상 주변엔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언제나 서든어택을 즐기며 원만한 교우관계를 이어나갔죠. 근데 왠걸,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시대의 흐름을 뒤바꾼 게임이 등장합니다. 다들 이 게임을 하러 가더군요. 저는 새로운 게임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원래 하던 게임이 재밌기도 했구요. 하지만 친구들은 더이상 서든어택을 하지 않습니다.

저는 선택을 해야했습니다.
새로운 게임을 하며 친구들과 재밌게 놀 것이냐, 혼자 서든어택을 할것이냐. 이때가 고등학교 1학년 즈음인데요, 친구들이 더 소중했던 저는 서든어택을 버리고 리그오브레전드를 시작했습니다. 서든어택을 많이 좋아했지만요.

좋아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데에는 학창시절의 경험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아왔습니다. 나와 맞지 않더라도 교우관계를 위해 취미를 바꾸고 관심사를 숨기는 것이 당연해졌죠.

이런 경험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칩니다. 여전히 우리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고민하고,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이제는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것을 말하는 건,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드러내는 용기 있는 행위입니다.

어른이 된 지금, 당신의 취미와 관심사를 비하하거나 폄하할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다양한 취미와 관심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를 드러내는 것을 망설입니다. 어쩌면 그건 우리 안에 여전히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상처 때문일지도 모르죠.

한번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히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진정한 자아실현은 나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진심으로 즐기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오늘부터는 한걸음씩 용기를 내보세요. 처음에는 가까운 친구에게, 점차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의 진짜 모습을 나누어보세요. 그 과정에서 당신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진심 어린 열정에 공감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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