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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1년 동안 무엇을 하셨나요?

by 한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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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재밌게 놀았어요! 술도 많이 먹고요!"

2016년. 그저 놀기 바빴던 20살 적 나의 답변.


"회사에 들어갔어요! 믿기지가 않아요."

2020년. 취업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던 24살 때의 나의 답변.


"퇴사를 했어요. 딱히 뭘 한건 없네요."

2023년. 27살의 나는 여전히 의미 있는 대답을 늘어놓지 못했다.


보통의 삶이 이렇습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뭘 했는지 물으면 생각보다 말할 거리가 많지 않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일반적이니까요.


그렇다면 2024년. 당신은 무엇을 하셨나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우선 퇴사 후, 편의점 알바를 시작합니다.

모두가 저에게 말하기를,

"기껏 회사에 나와서 한다는 게 알바냐?"

저는 항상 대답하죠.

"나는 알바를 하면서 남는 시간에 나만의 무언가를 해나갈 거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합니다.

야간에는 생각할 시간이 많습니다.

하루에 10시간씩, 많게는 퇴근 후 잠들 때까지 모든 시간은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뭐 먹고살지?' 같은 생각은 아닙니다. '뭘 해볼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지?' 와 같은 생각들이었죠.

목표를 잡자는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

하기만 해도 즐거운 것들을 마음껏 해보는 거야.

시간은 많잖아. 일단 1년만 해보자.

의미 없이 살아가지만 말자.



블로그

새로운 인생의 시작


시작은 우연이었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블로그를 시작해 보기로 합니다.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던 중, 좋아하는 노래에 대한 글을 써보자는 생각에 노래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마다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적는, 나의 이야기를 노래에 녹인 글 들을 써 내려갑니다.

재밌더라고요.

아니 애초에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글이라고는 써본 적도 없고, 책은 읽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니까요. 제 생각과 경험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긴 것에 매우 행복해하기 시작한 때였죠.

전시를 보러 다니는 게 취미였기에, 전시 후기 글도 쓰기 시작합니다.

영화 후기도 잠깐 써봤습니다. 뭔가 잘 안 써져서 그만뒀지만요.

점점 많은 카테고리가 추가되고,

1년간 75개의 글을 썼습니다.



노래 유튜브


글 쓰는 것에 익숙해졌을 때, 또 뭔가 할 거 없나... 해서 시작한 건 노래 유튜브였죠.

4월~5월 즈음인데, 이때는 참 바빴습니다.

글도 쓰고, 유튜브도 하면서, 기본적으로는 야간 알바를 하고 있었으니까요.

한 5년간 일주일에 2~3번씩 코노를 가서 연습하는 습관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한번 올려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작했었죠.

이 또한 너무 재밌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썩 잘 부르는 실력은 아니었다만, 그때는 참 자신감도 넘쳤으니까요.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이렇게 많았구나. 5년간의 노력이 헛되진 않았구나.

물론 지금은 창법을 바꾸는 중이라 잠깐 멈춰놓았으나, 다시 시작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이야기

지인 인터뷰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단순히 어떤 일을 하느냐가 궁금한 게 아니라,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나름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지인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들의 삶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죠.

물론 이건 작가 인터뷰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서 지금은 하고 있지 않다만, 참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이런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당연히 알바는 계속하고 있고요, 블로그에 틈틈이 글을 써 내려가는 건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때는 아마 6월~8월 즈음 일 겁니다.



작가 인터뷰

무에서 유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을 인터뷰합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졌습니다.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원래 그림 보는 걸 좋아합니다.

작가님들은 예술적인 부분이 일반인들보다 뛰어나기에, 삶을 대하는 태도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라는 사람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없는 사람이기에, 그들의 생각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8월부터는 작가님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가장 최근까지 해온 일이기도 하고요. 생각적인 부분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게 이 프로젝트였어요. 심지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가 인터뷰라는 타이틀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생각도 컸었죠.



인스타툰

평화로운 편의점 이야기


작가 인터뷰와 더불어 가장 최근까지 한 건 또 있네요. 10월 말 즈음 인스타툰을 시작했습니다. 나도 한번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그냥 시작했어요. 평화로운 편의점 이야기라는 타이틀로 지금까지 20편 정도를 올렸습니다. 저만의 캐릭터도 만들어보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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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보면 2024년에 저는,

블로그

노래 유튜브

지인 인터뷰

작가 인터뷰

인스타툰

정도의 큰 프로젝트를 혼자서 진행했습니다.

사실 자잘하게 의미 있는 일들도 몇 가지 있었어요.

혼자 여행을 가본다던가, 잃었던 친구를 찾는다던가, 독서모임에 나가본다던가 하는 뜻깊은 일들도 많았습니다.

나만의 컨텐츠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면서,

나 자신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많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었구나. 바쁘게 살았다는 건 이런 거구나.

그런데 왜일까요... 갑자기 단 한 가지의 생각만 머리에 맴돕니다.

'나의 글을 쓰고 싶다.'

어느 순간 나의 글을 쓰고 있지 않더군요.

물론 위의 것들도 다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만

나는 왜 내 글을 안 쓰고 있는 걸까..?



새해가 와서 일까요,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걸까요.

단 한 가지에만 집중하고자 합니다.

인스타툰, 인터뷰 등 그동안 해왔던 것을 놓아버리고 그저 저의 글만을 쓰는 삶을 한번 도전해 보려 합니다.

어떤 모임도 나가지 않을 거고요, 인터뷰를 하러 돌아다니지도 않을 겁니다. 언제나 편의점에만 갇혀있는 참 재미없는 삶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2024년도 재미는 없는 삶이었을 겁니다.

대다수의 관점에서는요.

2024년은 '논다'라는 개념을 아예 버린 채로 살아봤습니다. 주 7일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며 놀 수 없는 환경을 스스로 조성했죠. 친구? 연인? 야간에 매일 일하며 만날 수 없습니다. 군대에 온 느낌이랄까요. 사실 그런 것치고는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요.

1년간 하고 싶은 거 다 해봤습니다. 실컷 했습니다. 그저 도전했고 실행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 충분합니다. 이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1년간 나의 삶을 지탱해 주던 건 글쓰기였고

앞으로의 삶을 나아가게 해줄 수단도 글쓰기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이 꽤나 많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하지는 않은 삶을 살아와서겠죠.

여러 가지 주제로 제 생각을 글로 써보려 합니다.

목표는 책 한 권의 분량.

나만의 생각이 담긴 에세이 책 한 권을 내는 것.

그것을 목표로 재미없게 살아보려 합니다.

물론 ISTJ인 저는 예쁜 말이나 따뜻한 말로 글을 써 내려갈 순 없겠지만, 이런 관점에서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싶은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면서 중심이 되어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나의 생각을 강화시킬 수 있는,

나의 내면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그것은 바로, 글을 쓰는 것입니다.



당신은 한 해 동안 무엇을 할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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