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항상 많은 것을 함께했던, 크게 싸운적도 없고 나름 성향도 잘 맞았기에 그 누구보다 아꼈던... 그런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잘 맞는다고 해도 서로의 100%를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일까요. 사실 그 친구는 저에게 쌓여있던 게 많았던 걸까요. 8년간 항상 같이 놀고 연락을 나누던 그는, 아무말도 없이 제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지만, 크게 싸운것은 아니었는데... 그의 마음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저에게 지친 그는 조용히 제 곁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이때가 25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입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괴로워했습니다.
왜?
우리의 우정이 이렇게 끝날만한 일인가?
물론 그 친구에게 따지거나 화를 내거나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어요. '그래, 연을 끊을 정도면 많이 지쳤겠지. 잘못을 했다면 내가 한거니까... 기다리자.'
1년을 기다렸습니다.
그에게는 어떠한 연락도 오지않았죠. 물론 차단을 하진 않은것 같다만, 마음의 상처가 깊은 것인지... 연락이 오진 않습니다. 저 또한 연락을 할 수 없었구요. 이젠 서서히 그를 놓아줘야하나 생각이 드네요.
2년이 지나갑니다.
참 슬프게도, 제 일상에서 그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요. 옛날의 추억이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그는 점점 머리속에서 잊혀지기 시작합니다.
한달 정도 더 지났을까요,
게임 메신저를 통해 연락이 옵니다. '오랜만이야. 잘지내지?' 아마 퇴근하고 집에서 혼자 게임을 하고 있었던 때였을텐데요. 그의 닉네임과 대화창을 보자마자, 눈물이 멈추질 않더군요. '아니 왜 이제서야 연락을 하는거야. 2년이나 지났는데 너무 늦었잖아.' 라는 말을 꺼낼 순 없었지만, 간단히 안부를 물으며 대화가 끝이 났습니다. '얼굴 한번 보자.' 이런얘기도 하지않았어요. 저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말을 꺼내주길 기대를 했죠. 하지만... 이후로는 다시 연락이 끊겼습니다.
3년 하고도 몇달이 더 지난 올해 11월28일.
얼마전이죠. 그의 생일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당연히 그를 잊고 살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해야겠다는 생각도 없었어요. 그런데 왜일까요.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더군요. '이제는 내가 먼저 다가가도 괜찮지 않을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메세지를 보냅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이렇게 반가운 말투를 쓴다고? 저를 정말 편하게 대하는 친구들은 '찬희'가 아닌 '차니'라고 부르는데요, 너무 고맙더라구요. '어? 이거 가능성 있겠는데?' 용기를 내서 말을 건넵니다.
3년만에 그를 만났습니다. 다소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다가, 어느순간 옛날로 돌아간 것처럼 즐겁게 놀았어요. 그 시절처럼 새벽 내내 게임을 한다거나, 술을 진탕마신다거나 하진 못했지만, 자주가던 노래방에서 오랫동안 노래를 부르고 그와 헤어졌습니다.
마지막 대화가 기억에 남네요.
"진작 이랬어야 해."
"아직 시간은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