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살짝 스치는 길거리는, 나의 생각을 잠식하는 공간이다. 워낙 집돌이 성향이라서 항상 똑같은 곳만 거닐곤하는데 매일같이 걷는 길이지만, 계절마다 그 모습이 달라지고, 내 마음의 무게도 그에 따라 변하고, 차가운 바닥 위를 밟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 가벼운 떨림은 내가 살아가는 이곳에서, 내가 걸어가는 이 길에서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상기시켜주기도한다.
복잡한 번화가나 하교길.. 사람들 틈에 섞여 걷다 보면 문득 외로움이 찾아온다. 흔히들 "군중 속의 고독" 이라고들 말하는 그런 바보같은 현상이 이런건가 싶기도 하지만 일종의 부러움인 것 같다고 난 나의 외로움을 정의하기로 하였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무언갈 숨기며 살아가는 내가 부끄러워서.. 물론 나와 같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웃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위축되고는 하니 말이다.
길거리에는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만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나 또한 그저 세상의 작은 npc일 뿐이겠지만 그럼에도 어딜가나 보이는 그런 npc가 아닌 '아.. 그 사람은 왜인지 남들과는 달라서 기억에 남게하고 싶어' 생각이 드는.. 기억에 남는 사람이 아니라 기억에 남게 하고싶은 사람으로 다른 이들의 머리속을 길거리 삼아 거닐고싶다.
오늘도 나는 내 방 창가에 앉아 저녁 노을이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본다. 매번 같아 보이는 길이지만, 왜인지 내일은 저 길을 걷다보면 외로움이 아닌 새로운 친구가 나와 함껄 걸어주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