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12. 해결사
난 여자치고 문제해결을 잘하는 편인 거 같다.
전기를 만지는 일이나, 못을 박거나, 무거운 걸 들거나, 등등
보통의 남자의 일로 분류되는 일들을 서슴지 않고 하는 편이다.
이것들이 익숙하고, 아빠와 살 때도 내가 먼저 해 보고 정 안되면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는 했다.
엄마와 아빠는 내가 호주에 있을 때 떨어져 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호주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는 외로움이 가득했다.
그 이유가 내가 호주에서 돌아온 큰 이유이기도 했다.
난 집을 하나둘씩 고치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가 보았던 외로움을 하나둘씩 치워버렸다.
한 번은 주방에 불이 나가서 전등을 사서 끼웠는데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소켓에 문제가 있어 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새로운 소켓을 사서 전기 작업을 해야 했다.
호기롭게 나서서 바꾸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힘이 더 들어가는 작업이었고, 계속 팔을 올려서 작업하는 것이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풀리지 않자, 점점 내 안에는 짜증이 들기 시작했다.
'아빠가 있었으면, 이런 걸 내가 할 일도 없을 텐데'
'왜 내가 이런 걸 해야 해'
힘이 드니 별 핑계를 다 만들었다.
근데 이런 일들이 반복됐다.
조금만 힘이 들거나, 마음이 울적해도, 핑계를 엄마, 아빠에게서 찾았다.
엄마 아빠의 떨어짐이 괜찮다, 괜찮다 되뇌었지만,
난 괜찮지 않았다.
아빠가 있을 때 일을 해결하는 것과, 아빠가 없을 때 일을 해결하는 것은
꽤나 큰 차이가 있었다.
아빠랑 왕래를 잘하게 되고 어느 날,
비가 많이 왔다.
나의 집에 놀러 왔다가, 집에 가려던 아빠는 우리 집 밖에 하수구가 막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빠는 하수구를 뚫어 주겠다며 바지를 걷어 올렸다.
그 순간 나는 잊고 있던 아빠의 역할의 중요성을 느꼈다.
엄마와 둘이 살 때는 해결을 하기보다는 기다림에 익숙해졌던 거 같다.
아니면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 일이 많았다.
근데 바로 일을 해결하려는 남자다운(?), 아빠다움을 오랜만에 느끼니,
마음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