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 11 점점 짙어지는 후회
아빠가 퇴원을 하고 나는 아빠를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아빠의 외로움은 나에게 크게 느껴졌고, 또 아빠에게는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빠의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로 마음을 먹은 건 아니었다.
그저 의무처럼 나의 몸이 움직였다.
나의 마음이 움직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빠를 만나고 나서 혼자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분노가 차오르기도 한다.
그 분노의 출처는 현재가 아닌 과거에서 오는 거 같다.
나의 문장들은 다 의문문이다.
나의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아빠를 만날 때마다 아빠의 얼굴의 후회가 보인다.
아빠가 선택한 순간들이 어떠한 결과로 다가와, 아빠를 짓눌러 아빠의 선택을 후회하게 만드는 것만 같은…
처음에 아빠에게 후회하냐고 물었을 때 아빠의 답은 오만한 "노"였다.
"노"가 아닌 거 같은데 자존심에 후회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그런 대답.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 다시 물었을 때는, 노코멘트였다.
후회를 하지만, 후회한다고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그런 대답.
최근 아빠는 내가 묻지 않았지만, 병원에서 자신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며 말했다.
완벽한 후회의 말이었다.
아빠의 후회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이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슬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