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5. 돈/거짓말
돈은 원수 같은 놈이다.
우리 아빠는 돈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돈을 사랑한다는 걸 밝힐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할머니의 권유와 압박으로 신학의 길을 걸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돈이 너무 좋았다.
이것저것 사는 것도 너무 좋아했고, 맛있는 걸 사 먹는 것도 좋아했고,
전자기기가 새로 나올 때마다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는데, 그렇게 사는 걸 좋아했던 아빠는 거짓말 뒤에 숨어 살기로 다짐한듯했다.
아빠가 집에 가지고 오는 모든 물건들은 누가 주는 물건들이었다.
생각해 보면 아빠가 가지고 오는 물건들은 겉포장지가 없었다.
아빠는 직장으로 배달을 시켜, 항상 헌것처럼, 누가 준 것처럼 들고 왔다.
엄마는 항상 의심했어야 했다. 둘 다 정말 힘들었을 거 같다.
매일 경찰과 도둑 같은 상황이었다.
아빠의 핸드폰은 시즌마다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우리 집이 꽤나 잘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빠가 그때, 아끼기로 마음을 먹었었다면, 그래도 지금 무언가 남아있을 텐데...
엄마는 집에 돈이 없는데, 계속 무언가 가지고 오는 아빠가 답답했다.
어렸을 적부터 돈이 많았던 환경에서 자랐던 아빠는 왜인지 결핍이 너무 심했다.
풍족은 하였지만, 그 나이에 채워져야 하는 것들이 채워지지 않아,
그 결핍은 나이가 먹은 아저씨가 됐음에도, 아빠의 씀씀이에서 나타났다.
아빠는 장난감 사는 것을 좋아했고, 어린이날 우리의 장난감을 사러 갈 때도 옆에서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을 계속 어필했다.
어린아이 같은 어른, 아빠를 설명하기 아주 알맞은 단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