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6. "난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
난 나의 가족이 항상 자랑스럽고, 이 가족에 태어나서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부족함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있었고, 또 웃음이 있었고,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재미있는 그런 가족.
최고의 가족이란 부심이 있었다.
아빠가 집을 나와 엄마와 별거를 시작하고, 난 아빠에게 가족이 뭐냐고 물었다.
그 질문에 아빠는 "난 한순간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
나의 삶이 무너지는 것만 같은 한마디였다.
분명 우리 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같이 즐거운 줄 알았는데, 나만 행복하고 있었던 것인가...
그런 말을 아빠가 너무 미운 동시에 미안했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아빠를 들여다보지 못했던 거 같다. 어디를 가도 엄마의 팔짱을 꼈고, 뭘 사도 엄마한테 뭐가 잘 어울리는지 봐줬다.
우리 뒤를 걸어오는 아빠가 젤리 스토어에서 서성이면, 왜 어린아이 같이 자꾸 이런 걸 원하느냐고 타박하기나 했다.
아빠도 분명 행복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때 그 당시에는 이쁜 소리가 안 나와서,
안 좋은 것들만 보여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아프다.
아빠의 그 한마디가 나의 아름다운 기억들에 먹물을 튀었다.
못된 심보로 아빠가 나에게 상처 줬던 시간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아빠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각색해 갔다.
아빠가 심하게 혼내지 않아도 될 일에, 심하게 혼낸 일들, 아빠가 아빠답지 못했던 순간들, 모든 순간들이 모여 아빠가 한 말이 나에게도 적용된다는 듯 복수를 생각하며 추억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아빠가 조금은 부족했던 순간들을 밀어낼 만큼 우리가 함께 했던 좋은 추억들이 나를 덮쳤다.
그리곤 속삭였다 "우린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