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무작정 주택 신축에 뛰어든 이야기

VI. 기초공사

by 김동의

4월 1일 진짜 공사가 시작됐다. 겨우내 회갈색 빛으로 엉켜있던 수풀들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지 궁금했는데 아침 8시에 현장에 가보니 이미 풀 한 포기 없는 황톳빛 땅으로 바뀌어 있었다. 땅 위로 굴착기 한 대가 현란하게 움직이며 땅을 뒤집고 파내고 쌓아 12시경에는 집 평면 윤곽을 만들어 냈다.

경계측량 후 토지 모습.jpg 착공 전 경계복원측량 당시 (말뚝은 절대 뽑지 마시라) ⓒ 김동의
기초 토공사 사진 _블러.jpg 굴착기로 만든 기초 형상 ⓒ 김동의

지루할 틈 없이 공사가 신속하게 진행됐는데 그 틈에 덤프트럭이 잡석을 가득 싣고 현장 구석진 곳에 와Rrr 쏟아놓고는 쿨하게 바로 사라진다. 잡석은 기초 슬라브 면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버림 콘크리트 공간에 펼쳐지고 다져진다. 버림 콘크리트는 '버리다'의 뜻이 아니고 기초 콘크리트를 붓기 전 세우는 형틀(유로폼)을 세우기 위해 평활 공간 조성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시공사 사장님은 묻지는 않았지만 잡석다짐 용도로 재생골재 중에 세척된 골재를 주문했다고 한다. 잡석 따위에도 신경을 썼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지내력 검사는 하면 좋지만 시공사 사장님이 안 해도 문제는 없다고 하셔서 가처분소득이 현저히 낮아진 건축주는 안 하는 쪽으로 선택을 했다. LH에서 조성한 제1종 전용주거지역 부지니깐 알아서 잘해놨겠지... 우리 집은 단층 주택이니까... 하며.

별도 토목설계나 토목공사는 불필요했고 지목상 토지 전용부담금, 대체조림비 역시 발생하지 않았다.




기초공사 전에도 사장님은 또 건식 난방에 대해 재고할 것을 요구한다. 화장실 바닥 다운을 위한 투바이 목재들을 기초면에 두는데 건식 난방 바닥층의 두께는 습식 난방층 보다 얇아 화장실이나 다용도실 등 다운 시공을 하는 곳은 더 깊게 해야 하고 그 높이로 140mm 이상은 어렵다고 한다. 엑셀 배관도 걸리고 예상 못 한 문제점이 아주 많다며 우려를 표한다.

유튜브에서 봤던 200mm 다운 시공을 하는 현장은 그럼 무엇인가? 건식 난방의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각 문제점으로 인해 불합리한 시공이 된다는 그 어떤 근거 제시도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예상 못 한 문제점이 많은 이 건식 난방을 선택한 다른 목조주택은 어떻게 시공했을까.


바닥 난방 방식 중 건식, 습식 차이는 검색해 보면 쉽게 나온다




잡석 다짐 후 콘크리트 기초 면을 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보통 PE 비닐 두 겹을 덮는데 우리나라는 화강암 지대에 위치해 라돈 수치가 비교적 높은 나라이다. 그래서 이 PE 비닐보다는 Stego Wrap이라는 라돈 가스 차단 비닐을 해외 직구하여 시공 요청을 하려고 전용 tape까지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괜히 시공사나 기초공사 팀을 번거롭게 하는 것은 아닌지(Stego Wrap은 비닐이 두껍다) 너무 유난스럽고 깐깐하게 구는 것처럼 보일까 봐 접었는데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우리 집의 경우와 같이 매트 기초 방식을 선택하면 라돈 차단 비닐은 무용지물이라 하여 다행히도 낭비할 뻔한 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기초 비닐후 철근.jpg 기초공사 공정 중 잡석, PE 비닐 이후 버림 콘크리트가 생략된 채 비드법 단열재가 올려진 모습


흙으로 기초 형상을 다지고 슬라브 면에 잡석을 다진 후 PE 비닐을 덮고 그 위에 비드법 또는 압출법 단열재 시공을 하려면 슬라브 면 평활도가 좋아야 향후 빈 공간 없이 콘크리트 타설이 가능하다. 흙으로 다져진 기초 슬라브 면 혹은 잡석 다짐 후 기초 슬라브 면을 평활도가 좋게 마감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PE 비닐을 덮은 후 버림 콘크리트 공정이 꼭 필요한데 우리 현장은 이를 생략했다. 이 '버림 콘크리트 공정'은 집이 튼튼하고 올바르게 땅을 딛고 서 있냐의 문제이므로 건축주는 꼭 설계 도면에 이를 명기하거나 시공사와 사전에 꼭 협의해야 한다.

집을 완공하고 평온히 살다가 바닥이 꺼지거나 깨져버린다면? 어떻게 수습할지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땅 꺼 질까 걱정돼서 어떻게 사냐는 이들도 있다. 안타깝게도 잊힐만하면 땅 꺼짐 소식이 보도되곤 한다.

기초 슬라브 하부 버림 콘크리트 필요성.jpg 기초 슬라브 면 하부 버림 콘크리트 공정이 필요한 이유. 우리집(상), 바람직한 레이어(하) ⓒ


일당백 굴착기의 움직임을 직관하며 기초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그저 감탄만 하며 지켜본 것 같다.

입고된 자재는 철근과 기초 슬라브 면 하단에 위치할 단열재 그리고 거푸집 역할을 할 유로폼과 그 부자재뿐이어서 하나하나 인사하듯 자재에 붙어있는 tag 사진도 찍고, 봐도 모를 거면서 비드법 단열재 알갱이 크기를 1호가 맞나? 하며 손톱으로 쟤보곤 했다.

기초 자재.jpg 초공사에 사용된 13mm 철근과 비드법 2종 1호 단열재 ⓒ 김동의


콘크리트 기초면에 단열이 안 되어 있다면 겨울철 바닥 난방을 하는 집은 난방열이 상대적으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바닥 난방의 열 손실을 줄이려면 콘크리트 기초의 모든 면을 단열시공해야 옳다고 생각되지만 역시 사전 협의되지 않은 것들이기에 생략된 부분이 많았다.




단열재가 놓이면 철근 작업을 한다. 지름 13mm 철근을 가로세로 300mm 간격으로 배치하고 十자 모양으로 교차하는 곳에 철사로 단단히 묶어 고정한다. 모든 十자 포인트를 철사 고정하는 현장도 있던데 우리 집의 경우 모든 곳을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건축주의 마음 같아서는 모든 十자 포인트를 고정해 주길 원했지만 미리 협의한 내용도 아니고 쭈그리고 앉아 수백 군데 철사를 돌리는 게 참 지난한 작업인 데다가 뭐... 일부 고정하지 않아도 강도에 문제가 없으니 그렇게 하지 않았겠는가.

훗날 전문가에게 문의해 보니 철근 교차부의 50% 이상 결속되면 문제없다고 한다.

기초 철근.jpg 기초 철근 시공 ⓒ 김동의

이런 철근 작업은 하부 상부 두 개 층으로 이뤄지며 이 사이에 각종 배관과 전선 다발이 필요 위치에 배치된다. 이후 콘크리트 타설이 되는데 우리 현장은 경사가 살짝 있어서 가장 낮은 고도에서 기초 높이는 버림 콘크리트 포인트부터 1700mm 이상 된다. 어디서 출발하는지 시공사 사장님이 연락만 하면 일사불란하게 레미콘들이 나타나 콘크리트를 펌프카에 붓고 빠지는데 이렇게 13대 정도 왔다 갔나 보다.

이전엔 운전 중 도로에서 마주치면 피해 가기 바빴던 화물차와 중장비들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토지가 위치한 곳의 일조량 시뮬레이션을 휴대폰 앱으로 해봤는데 인근의 높은 지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가 있어 겨울철 일조량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시공사 사장님께 사전에 결로나 습기에 대한 우려를 많이 이야기했고 물과 습기에 유리하게 지표면으로부터 mudsill(벽체 하단부 토대목)까지 어느 정도 높이를 주다 보니 기초가 거대해져 그만큼 소요된 콘크리트량도 많아 기초공사 회사에서 시공사 측에 증액을 요구했다고 한다.

기초면 고저 높이 측정.jpg 기초면 낮은 곳(좌), 높은 곳(우) ⓒ 김동의




콘크리트가 굳기 전 L anchor*(J anchor라고도 함)를 벽체가 들어설 자리에 꽂는 시공을 했다.

*건축사 말로는 절대 케이크에 초 꽂듯 시공하면 안 되는 부속이다. 철근에 결속되어야 올바른 시공이라고 한다.

이 anchor는 콘크리트 기초 면과 mudsill&bottom plate(벽체 하단부)까지 단단하게 묶어주는 것으로 수분에 의한 부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시공해 줄 것을 사전에 시공사와 협의했는데 그냥 아연 도금된 철제 L anchor로 해줬다. 기분도 기분인데 영 찝찝함이 가시질 않는다. 공사 초반부터 언짢음을 드러내는 것도 부정탈 것만 같아서 꾹 참고 사장님께 좋게 연락을 드렸더니 깜빡했단다. 대신 추가적인 고정을 위해 쓰일 set anchor는 스테인리스 제품으로 시공해 주시기로 했다. set anchor는 L anchor와 달리 콘크리트가 굳고 난 후 기초면에 구멍을 뚫고 난 후 고정하는 방식인데 시공사 사장님 말씀으로는 이를 수십 군데 시공해서 과하게 튼튼할 것이라 하셨다.

L앙카 사진.jpg 실제 사용된 아연 도금된 L anchor ⓒ 김동의
기초 후 세트 앙카 사진.jpg set anchor 시공 후 ⓒ 김동의

이때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었는데 짚고 넘어가지 못한 것 역시 미련으로 남는다. 시공성 측면에서 set anchor가 L anchor 대비 우월하고 강도도 비슷하다면 다른 현장은 왜 L anchor를 시공하겠는가? 모두 set anchor로 시공해 버리면 될 텐데 말이다.

우리 집의 경우 기초 콘크리트 타설 후 5일 뒤에 set anchor 시공이 됐다. 콘크리트 양생이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set anchor 시공은 고정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어 하자 발생 우려가 있다고 들었다. 콘크리트 양생은 일주일 정도 지나야 70% 강도가 나오고 완전 양생은 4 주 정도 기간이 지나야 된다던데 이때 최종 강도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set anchor와 L anchor 중 선택지에서 건축주 입장에서는 명확해지지 않는가? 기초 콘크리트 타설 후 4 주간 공사를 쉴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외벽부는 L anchor 시공이 옳은 방향 같다. 기초 철근 묶을 때에 L anchor를 일정 간격으로 잡아주는 부속도 소개되던데 그런 것을 이용하면 시공 난이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결과적으로 우리 집의 L anchor는 총 5 군데 시공... 아니 꽂혀 있다. 상대적으로 가벼운 목구조체와 지면을 결속해 주는 가장 중요한 부품 중 하나로 보이고 구조도면에도 벽체당 최소 2개 이상의 anchor bolt를 사용하도록 명기되어 있으며 한 건축사에 문의해 본 결과 외벽 쪽에는 chemical anchor 라도 사용했어야 했는데 set anchor 시공은 우려가 되는 요소라고 조언받은 만큼 건축주 분들은 이런 거 꼭 체크하셔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 재난 영화와 같이 허리케인에 집이 들려 비행할 정도의 강풍에 자주 노출되지는 않겠지만 무엇 때문인지 점점 우리 날씨도 고약해지고 거칠어지고 있어 이런 덴 과하게 시공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

기초 토대목 MASA 철물.png 기초 콘크리트와 벽체를 고정하는 철 부속. 이런 것도 아낌없이 쓰자. (우리 집엔 없다...) ⓒ 김동의


금요일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고 사장님은 새벽까지 기초면에 비닐을 덮어 정리한 후 주말은 공사를 쉬었다. 비닐은 습윤양생을 위함인데 물을 뿌려주면 더 좋다고 하여 토, 일 양일간 내가 옆집 수도를 빌려 잠실 워터밤 못잖게 열심히 뿌려주었다.


우리 집은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기초공사 완료 후 되메우기 흙과 만날 기초 측면을 물과 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스팔트 프라이머 도포를 하는 현장도 봤다. 기초 보호를 위해 쇄석이나 드레인보드를 시공한 또 다른 현장처럼 물로부터 방어를 했어야 했다.

건축물의 천적 중 하나는 물이다. 매트 기초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기초 콘크리트 측면엔 쇄석과 드레인보드를 꼭 기억하자.


콘크리트는 옷장에 흔히 있는 제습제처럼 물을 잘 먹는다.



투비콘티뉴

keyword
이전 05화무작정 주택 신축에 뛰어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