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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가람 Oct 03. 2024

노동과 운동의 차이

추석연휴 때의 일이다. 이번 추석은 사정상 차례를 지내지 않았기에 간단히 식구들 먹을 튀김만 준비해서 시댁에 모였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차례를 지내는 게 아니다 보니 상차림도 수월했고 집집이 들고 갈 음식을 싸지 않아도 되니 바쁠 것도 없었다. 서로 간소함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와서 보니 일은  일이었는지 피로가 영 풀리지를 않았다. 어쩔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몸을 움직여보기로 했다. 전일제로 다시 일하게 되면서 통 짬을 내지를 못해 한동안 하지 않던 60분짜리 요가를 시도했다. 보통은 10분 내외로 가볍게 끝냈기 때문에 스트레칭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마음먹고 긴 시간 요가동작 속에 머물렀다. 20분이 넘어가면서 몸에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순환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40분이 넘어가자 힘들다는 생각이 밀려왔는데 동시에 나른하고 무겁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도 들었다. 노동으로 인해 생겨난 피로물질이 걸러지고 운동으로 인한 활력이 생겨나는 것일까? 생물학자가 아니니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60분을 다 채우고 힘들어서 바닥에 누워있는데 개운했다. 노동도 운동도 근육을 쓰고 힘이 드는 것은 똑같은데 몸에 끼치는 영향은 확실히 다른가보다.

운동과 노동은 다르다는 말을 확실히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비슷해 보여도 전혀 다른 것들이 많아 보인다.

온라인 서핑이나 책을 읽거나

정보를 얻는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온라인 서핑은 딱 필요한 그 부분만 보게 되어서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요약하는 쪽으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것 같고

책을 볼 때는 앞 뒤 맥락을 따라 근거 자료나

저자의 생각 등에 대해 훨씬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다.


인강을 듣거나 오프라인 강의를 듣거나 수업을 듣는다는 점에서 같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정도는 확연히 다르고 집중도도 다르다. 그래서 얻어가는 것도 많이 다른 것 같다.

물론 머리속에 남아있는 것도 말이다.


말로 하거나 글로 적거나 표현을 한다는 점에서

다를바 없지만

말은 즉시성과 현장감이 있어서

순발력이 필요하고

 짧은 시간 동안 대화의 주제를 파악하고

흐름을 따라 자신의 의도, 관념, 목적을 드러내야 한다면,  

글은 생각을 다듬고 어떤 표현이 더 나을지

고민하며 자신의 의도와 목적을  훨씬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종이 편지지에 글을 주고받던 시절의 그런 노력과 여유가 낭만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생존을 위한 영양분을 공급한다는 의미에서

인스턴트 음식이나 집밥이나 다를 바 없지만

각기 채위지는 욕구는 다른 것 같다.

급하게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 인스턴트 음식은 유용하다.

그러나 삼시 세 끼를 다 그것으로 해결한다면

또 다른 허기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때때로 잘 차려진 집밥이 우리에게 배부른 것 이상의 무언가를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비슷하다는 것은 닮아 보인다는 것이지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서 비슷한 것으로 대체하면서 같은 것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야 한다고 주입받은 많은 것들 속에

정말로 내. 가. 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게 가고 있는 것은 무언지

잠시 점검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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