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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하 May 20. 2024

회사라는 오케스트라

직장이 공연장이다

Performance - 공연

화려한 조명아래 무대 위에서 한 기업의 대표가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서 있습니다. 독백연기(모놀로그)를 하고 있는 연극배우처럼, 신제품 설명회를 하는 광경을 펼칩니다.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그래픽과 환상적인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설명회를 공연처럼 만듭니다. 참석한 고객들은 관객이 되어 무대 위의 CEO의 설명과 질문에 반응하며 소통합니다. 때론 박수도 치고, 주요 지시어를 함께 낭독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performance'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릅니다.


Art - 예술
 직장인의 프레젠테이션, 교사의 강의, 목사의 설교, 지원자들의 면접, 정치인들의 정당 활동 등 대부분의 직업군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은 공연예술의 요소들을 적잖이 갖추고 있습니다. 타인과의 소통, 감정전달, 도구 활용, 긴장감, 평가, 표현법, 화법 등을 고려하며 각 활동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리허설) 등을 볼 때도, 더더욱 예술의 그것과 유사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각 분야에서 실력자들의 재능과 성과를 평가할 때 "그 사람, 혹은 그 거 진짜 예술이야!"라고 감탄하곤 합니다.

Work - 작품

'작품'을 영어로는 'work'이라고 합니다. '작품'과 '일'이 같은 단어로 쓰이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work의 어원은 독일어의 ‘werk(베르크)’입니다. werk라는 단어는 ‘힘든 작업’ 혹은 ‘번거로운 창조’로 번역되죠. 예술가는 창작활동 중에 영감이,  기업의 구성원들은 작업과정 중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제품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합니다. 때로는 'work'의 어원처럼 ‘힘들고 번거로움’이 따르기도 합니다.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셀 수 없을 만큼의 회의를 하고, 연구하고, 실험하고, 검사하고, 발표합니다. 이는 음악가가 새로운 곡에 도전하고, 작가가 스토리를 구상하며, 미술가들이 창의적인 대상을 선정하여 그려 나가는 힘든 창작의 과정과 유사하죠. 예술과 기업의 창의 하는 과정이 통한다는 점에서 같은 단어인 ‘Work’를 쓰지 않았나 싶습니다.  

Collaboration - 협연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공동 작업을 합니다. 협연이나 앙상블 공연은 물론이요,  단독공연이나 전시회라 할지라도, 혼자서는 발표, 전시회, 출판 등을 마무리할 수 없습니다. 단계별로 협업이 필요합니다. 때론 연습과정 중 음악적인 해석이 달라 마찰도 빚지만 결국은 해냅니다. 회사에서도 업무과정 중 부서 간에 충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하나의 목표에 도달하죠. 다양한 악기로 하나의 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처럼, 개성 있는 구성원이 모여있는 회사도 절묘한 콜라보(Collabo)를 이루며 업무가 진행됩니다.

Completion - 완성

이런 과정 후, 훌륭하게 완성된 작품은 명성을 얻습니다. '완성'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받을 수 있는 선물이죠. 그러하기에, 음악에서는 마무리 못한 '미완성 곡'을 해당작가가 죽은 후, 다른 누군가가 이어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사업체에서도 임무완수는 곧 회사의 존폐와 연결될 만큼 중요합니다. 부담감과 중압감이 몰려와 각 부서마다 어깨를 짓누르지만, 그 맡은 바 임무를 완성했을 때는 A사의 OO폰, B사의 OO자동차, C사의 OO과자 등의 이름으로 실적과 함께 그 제품의 명성이 오랜 기간 지속됩니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회사와 순수예술을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지는 몰라도,  예술분야나 일반 직장이나 무언가를 아름답고 멋진 완성품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열망의 가치는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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