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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킴 Sep 09. 2024

바흐, 찬란히 일그러진 진주

바흐- <토카타와 푸가>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를 감상해 봅시다.  

어디에선가 한 번쯤은 들어 본 오르간 음악입니다. 디즈니 영화 <판타지아>와 <닥터 스트레인지> 등에 삽입되었던 음악이기도 하죠. 특히, 첫 도입부는 평생 기억할 수 있을 만큼 강렬합니다. 웅장하면서도 으스스한, 마치 천국과 현세의 역설적 분위기를 대비한 것 같기도 합니다.


토카타(전반부) & 푸가(후반부) 비교

이 곡의 전반부인 토카타에서는 오른손과 왼손 모두 비슷한 음형, 같은 계이름과 리듬으로 쉴 새 없이 상행과 하행을 반복하는 진행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강한 열정을 가진 젊은 바흐를 떠올리기에 충분합니다. 후반부인 푸가에서는 모방기법의 정수를 보여주듯이 처음 제시된 주제 멜로디를 오른손과 왼손이 연속적으로 주고받으며 다채롭게 반복됩니다. 난해한 돌림노래를 연주한다고 이해하셔도 좋습니다. 음악에선 이를 "대위법적인 정교함이 돋보인다."라고 말하죠. 그야말로, 즉흥적이며 화려한 기교가 특징인 '토카타'와 모방기법을 가진 '푸가'와의 완벽한 조화입니다. 바흐는 이를 여러 모습으로 변형시켜 오르간과 관현악에 과감하게 적용했습니다.


바로크-일그러진 진주

당대 음악평론가들은 위와 같은 바흐의 음악을 "기이하고 부자연스러운 음악"이라 폄하했습니다. 중세시대는 물론, 르네상스시대에서 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조바꿈과 불협화음이 악보에 심심찮게 나타났고, 음정의 도약도 심했습니다. 왜 바로크 시대를 “일그러진 진주”라 묘사한 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급속도로 발전했던 바로크 음악은 난해하고 익숙하지 않아 당대에 큰 빛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당시 인쇄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상황도 이런 시대적 불운에 한몫을 했습니다. 대중에게 쉽게 통용되지 못했죠.


바흐의 위대함

다행히도, 바흐는 헨델과 함께 바로크 작곡기법을 집대성한 거장이라 칭함을 받았습니다. 오늘날 음악 전문가들의 평가는 헨델 보다는 바흐 쪽으로 점수를 더 주고 싶어 합니다. 그의 진보적인 대위법과 화성진행은 근, 현대 화성법의 근원이 되었고, 기악곡에서는 관현악곡, 협주곡, 바이올린 소나타, 모음곡,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등에서 동시대 음악의 양식을 융합한 천재성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평균율곡집은 모차르트와 쇼팽이 그들의 작곡성향의 기초를 세우는 데에 중요한 자원이었습니다. 바로크 시대는 오늘날 세련된 음악의 기틀을 마련한 시기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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