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말이다. 어떤 자극이 오더라도 그에 대한 나의 태도나 기분은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묘하게 오만한 생각이면서도 나를 성장하게 하는 말.
다만, 자극에는 그에 맞는 직관적인 반응이 따르는 것이 원초적인 것이므로, 자극에 맞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이성과 에너지를 꽤 필요로 한다. 그래서 가끔 몸과 마음의 체력이 떨어져 있을 때에는, 평소보다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내주기가 힘들다. 왜 꼭 나쁜 일은, 우울한 감정은 한꺼번에 들이닥치는지, 신은 인간이 견딜 수 있는 만큼만 고통을 준다는데 안 그래도 뾰족해진 마음은 자극을 버텨내기 힘들다.
평소 같았으면 내가 오히려 위로하고 넘겼을 의뢰인의 하소연도, 평소같이 그저 아는 변호사 지인으로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을 뿐인 가벼운 연락도, 원래 직설적으로 말하는 게 장점이라며 툭툭 말을 던지는 대화법도, 원래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렇듯 때를 잘못 맞추면 평소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는 성인이고 이성적인 사람이므로 감정의 선을 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그 와중에도 실없는 농담으로 나를 웃겨주는 사람들 덕분에 이 시기를 또 어찌어찌 넘기겠지.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이 태평양처럼 넓어지는 순간이 올까. 그렇다고 해서 타인의 감정과 아픔에까지 무뎌지고 싶지는 않으므로, 적당히 나의 회복탄력성과 감수성 사이를 오가는 외줄 타기를 조금 더 능숙하게 할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