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하면 그다지 반갑지는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임대인'과 '공인중개사'이다. 물론 자신의 건물에서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자기 집을 주소로 사업자를 낼 수도 있다. 전자는 너무 부러운 상황이지만, 후자의 경우는 (어차피 등기상 주소가 나오는 경우라면 모르지만)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되는 찝찝함이 동반된다는 점을 고려해 보자. 사람들은 의외로 등기부는 잘 찾아보지 않지만,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주거나 사무실 주소를 공개할 일은 많다.
임대인과 공인중개사는 아무런 이유 없이 무섭게 느껴지는 존재지만, 그들도 어쨌든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고, 내가 아는 만큼 더 좋은 딜을 제안해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본적인 내용은 공부하고 가자. 요즘에는 워낙 임대차 정보를 접하기 쉬우므로 임대차 계약 체결 또는 임대차 초반시 신경 써야 하거나 헷갈려하는 부분만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는가
현행법은 다음과 같은 금액을 보증금으로 하는 상가 임대차에 한해서 상임법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대항력/계약갱신요구권/권리금과 같은 핵심 조항은 아래 보증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도록 하고 있지만, 모든 조항이 다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확인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상가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금만 있는 경우는 드물다. 따박따박 현금 흐름을 원하는 임대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목돈의 보증금과 고정적인 월세를 받고 싶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보증금 계산을 어떻게 하는 것일까?
현행 상임법 시행령에 따르면, "월 단위 차임액의 1분의 100"으로 계산하게 된다. 예를 들면, 보증금 5억 원에 월 차임 1000만 원인 상가임대차계약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월 차임 1000만 원에 100을 곱해야 하므로, 이 임대차계약의 보증금은 상임법상 15억 원(원래 보증금 5억 + 1000만 원 X100 )으로 본다. 서울의 중심지에는 월세가 비싼 곳이 많아서 계산을 해보면 의외로 9억 원은 쉽게 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하자.
NOTICE! _ 위 계산법은 "원래 있던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월 단위 차임으로 전환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월세를 더 받고 싶은 일부 임대인은 원래의 보증금 중 일부를 차임으로 받겠다며 계약 내용을 변경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의 계산법은 상임법 제12조에서 따로 정하고 있다. 참고로 제12조는 상임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에도 적용된다는 예외 규정이 없는 조항이다.
NOTICE!_ 만약 상임법이 적용되지 않는 임대차라면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상임법이 적용되지 않을 정도라면 보증금 액수가 굉장히 큰 임대차일 것이고, 매물의 크기도 큰 편일 것이다. 그렇다면 '임대차'가 아니라 '전세권'을 고려해 보자. '전세권'은 임대차와는 법적으로 아예 다른 성질을 가진 것으로서, 처음부터 등기가 꼭 필요하다.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무슨 효력이 있는지 알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변호사 상담을 받자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항력 = 상가건물 인도 + 사업자등록
우선변제권 = 상가건물 인도 + 사업자등록 + 확정일자
하지만 의외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무슨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개념일 수 있다. 그 개념이 무엇인지 꼭 알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해보아야 한다. 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하는가를 이해시키기 위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다.
대항력 : 임차권을 사실 '채권'이다. 그 말인즉슨 원래는 계약 당사자들끼리만 그 권리 의무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법은 제3자에 대해서도 일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상가건물이 제3자에게 넘어간 경우 상가건물을 새로 소유하게 된 사람(매수인이든 경매 낙찰자이든)은 임차인과 계약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 사람에게도 임대차 계약기간 동안 상가를 빌려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우선변제권 : '보증금을 우선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란 의미이다(물론 그 액수는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다). 만약 그 건물이 경매로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버린 상태라면, 임차인은 그 배당에서 일정 금액 범위 안으로는 우선순위를 갖는다. 하지만 이 권리는 전세권과는 다른 '채권'이므로 반드시 배당요구가 필요하다.
임차인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별도로 각각 갖는다. 만약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새로운 낙찰자가 그 건물을 소유하게 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이때 낙찰자는 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받는 것이 아니다(전 임대인이 임대 목적물을 판 경우, 원칙적으로 그 매수인은 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받는다는 것과 비교하여야 한다). 경락(쉽게 말해 경매완료라 생각하자)과 동시에 모든 권리는 원칙적으로 소멸하므로, 낙찰자는 법이 예외로 정해둔 '제3자'로서의 대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일 뿐이다. 이 말인즉슨 임차인은 모든 보증금을 반환받기 전까지 건물을 사용할 권리는 있다.
그렇다면 경매 절차에서 보증금을 일부만 받은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우선변제권은 경매와 동시에 소멸한 상태이고, 우선변제권은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1차 경매 이후에 낙찰자가 그 건물을 낙찰받았으나 이 건물이 또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이 없으므로 그 낙찰대금에서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이제 감이 대충 오는가. 이 내용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일단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위한 요건을 갖추어 놓되, 문제가 생기면 변호사 상담을 받자. 상임법이 적용되는 임대차이든 아니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위한 요건을 갖추어놓는다고 해서 임차인이 손해 볼 것은 전혀 없고, 생각보다 법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임대인이 "제소전화해"를 요구한다면
'제소전화해'란, 일반 민사 분쟁이 소송을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제기 전에 미리 법원의 판사 앞에서 화해를 성립시켜 놓는 것을 의미한다(민사소송법 제385조). 임대차 계약이 끝난 상태도 아니고, 아직 아무런 분쟁이 생기지 않았는데,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와 동시에 별도의 소송 없이도 바로 명도 권한을 확보해 놓을 수 있다(강제로 명도 받아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자, 그럼 이 제소전화해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 같은가. 보통은 '임대인'이 자기 편의나 소송비용을 아끼고자 하는 것이다. 제소전화해를 하지 않으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임대인도 종종 볼 수 있는데, 임대할 사무실의 위치와 상태가 워낙 좋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싶은 임차인은 뭐 어쩌겠는가. 그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다만,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제소전화해 비용은 임대인이 부담하게 하기
제소전화해에도 비용이 든다. 물론 소송을 하는 것에 비해서는 극히 적은 액수의 비용이고, 변호사를 통해 진행하더라도 큰 비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 제도가 임대인을 위해서 하는 측면이 강한 이상 그 비용이라도 임대인이 부담할 수 있도록 협상을 해보자.
강행 규정을 위반한 내용은 없는지 체크하기
상임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그러므로 설사 계약 당사자들끼리 합의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무효로 만드는 조항들이 있다. 이런 것을 우리는 '강행규정'이라 한다.
임대인은 제소전화해를 하면서 어떻게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항을 삽입하려고 하므로, 그 내용 중에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내용이 있기도 한다. 이런 경우 임차인이 강행규정 아니냐고 항변하면 양보하는 임대인도 있지만, 아예 임대차 계약을 파투 내겠다는 경우도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임대목적물을 원한다면, 임차인이 양보하는 수밖에는 없다.
하지만 임차인에게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있는 것은, 제소전화해가 결국에는 법원의 판사 앞에서 화해를 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 내용을 판사가 확인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판사에 따라서는 강행규정 위반임을 이유로 그 조항을 수정하라고 명하는 곳이 있다. 물론 다른 조항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았을 때 이 임대차 계약이 임대인에게만 극히 유리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대로 유지시키는 곳도 있다(예를 들면, 계약기간이 굉장히 짧지만 극도로 차임이 싼 경우).
위임장의 공증받기
제소전화해는 사실상 임대인이 하고 싶은 것이므로, 임대인 측 변호사와 임차인 측 변호사를 둘 다 임대인이 구해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된 상태에서 그렇게 되었다면 특별한 문제는 없겠지만, 과거에는 임차인 측 변호사가 임차인으로부터 제대로 위임권한을 받았는지가 문제 된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 법원(예 :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임차인의 위임장에 공증을 추가로 받아오라고 하는 곳이 있다. 위임장 작성에 임차인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고자 하는 절차이니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 것.
사실 상가임대차와 관련해서는 더 많은 이슈가 있지만, 이 매거진은 개론을 위한 것이므로 아껴두도록 하겠다. 창업 초기에 임대차와 관련해서 알아두면 좋을 팁을 추가로 정리한 후에, 사업 운영 중이거나 사업 마무리 단계에서 문제될 수 있는 상가임대차는 별도로 후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