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1.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화가 났어?”

by 세실리아

#271.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화가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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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 자기 말대로 안하면 화내고 뭐라고 해.

그래서 너무 힘들어.”


자신과 많이 다른 아이와 계속 어울려야 하는 상황 속에서

아이는 매일매일 자신의 힘을 길러가고 있다.


한동안 잘 지내는 듯 했던 아이는

아침을 먹으며 힘들었던 일을 털어놓으며 울먹였다.


아직도 초보티를 벗지 못하고 있는 엄마는

아이의 고민을 들을 때면,

그 시간과 상황 속에서 마음이 급해지고 긴장하게 된다.


갑작스레 쏟아내는 아이의 말이 끝나기 전

상황 파악, 상황 공감, 아이에게 해줘야 하는 말까지

모두 마쳐야 하는 그 시간이,

갑작스레 알게 되는 아이의 고민을 들으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을 생각해 내야 하는 그 상황이

엄마에겐 정말 풀기 어려운,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 같기만 하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엄마는 풀어내야 한다.

아무리 풀기 힘든, 정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라도

엄마는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엄마는 종종 예상문제를 생각해두곤 한다.

그래서 엄마는 종종 아이가 냈던 그 문제를 복습해보곤 한다.


오늘도 아이의 고민과 하소연이 끝나고, 드디어 엄마의 차례.

오늘 아이가 엄마에게 낸 문제는

운이 좋게도 엄마의 예상 문제 중 하나였다.

엄마는 예상 문제에 대비했던 엄마의 답을 아이에게 이야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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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아,

잘못 없는 너에게 계속 화를 내고 뭐라고 하니 많이 힘들지?

그럴 땐, 그 화를 네가 받지 않아도 괜찮아.

화가 난 친구가

마구 던지는 감정의 쓰레기를 절대 받지 마.

화가 난 친구가

마구 던지는 말을 절대 받지 마.

화가 난 친구가

마구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

있잖아.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그 친구를 바라봐 보렴.

그럼 아마 그 친구는

더 화를 낼 수도 있고,

아무 반응 없는 네게 더 뭐라고 할 수도 있을 거야.

그래도 가만히 그 친구를 바라봐줘.

물론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어.

그래도 가만히 그 친구를 바라봐줘.

그러면 신기한 일이 일어날 거야.

그 친구가 멈추어 너를 볼 거구,

그 친구가 멈추어 너를 보면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될 거야.

그리고 그 친구가 마구 던지는 화로 가득 찬 말들이

너에게 까지 오지 못하고,

네 앞에서 힘을 잃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그때쯤, 네가 말해줘.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화가 났어?” 라고.

그렇게 그 친구가 화가 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렇게 그 친구가 자신의 화를 바라보고 진정시킬 수 있도록

네가 도와줘.

화가 난 사람은 그 누구도 진정시킬 수 없는 거 같아.

화는 화를 내는 자기 자신이

본인의 화를 바라보고, 알아차릴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이 진정시킬 수 있는 거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이 연습이 물론 쉽지 않을 거야.

그리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 있어.

그래도 우리 같이 연습해보자.

사실 이건

엄마가 요즘 지안이에게 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해.

엄마도 쉽지 않은데,

자꾸 연습하니까 지안이에게서 변화가 생기더라.

너도 느끼지?

사실 엄마는 아직도 많이 어려운데,

우리 지안인 마음의 힘을 잘 키워가고 있으니

엄마보다 잘 해낼 거 같아.

그러니 우리 같이 서로 응원하며 연습해보자.

같이 마음의 힘을 키워가 보자.

그렇게 우리 자신을 지켜내자.

우린 소중하니까.

누군가 이유 없이 너에게 화를 낸다면

가만히 바라봐 주는 거야. 그리고 말해줘.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화가 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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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답변이 끝났다고 끝이 아니다.

엄마의 답변을 들은 아이의 반응이 가장 중요하다.


수차례의, 수십 번의 점검을, 검토를 거쳤음에도

아이에게는 전혀 와 닿지 않는 답변이기를 수차례였기에.

수차례의, 수십 번의 점검을, 검토를 거쳤음에도

엄마의 답이 아이에게는 오답이기를 수차례였기에.

답변을 마친 엄마는 아이의 반응 앞에서 더욱 긴장하곤 한다.


“응. 그럴게.” 라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를 보며,

엄마는 이번 답은 오답이 아니었음에 마음을 쓸어내린다.

“응. 그럴게.” 라며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를 보며,

아이가 마음의 힘을 잘 키워가고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엄마는 오답이 아니었음에 안도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고민과 하소연은 한참동안 쏟아내는 아이이지만,

정작 엄마의 대답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는 아이이기에.

엄마의 답변시간은, 엄마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짧기에.

아이에게 해주었던 그 말들을 다시금 곱씹으며 점검해본다.

점검하며 엄마의 말을 다시금 다듬어본다.

점검하며 아이의 마음을 다시금 헤아려본다.

점검하며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엄마의 마음도

함께 헤아려본다.

점검하며

앞으로 또 받게 될 예상 문제를, 예상 문제의 답을

다듬어본다.

점검하며 아이에게 필요한 만큼,

엄마에게도 필요한

이 연습을 다시금 기억하고 명심해본다.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있는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를 받지 않을 것을.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있는 누군가의 말에 대꾸하지 않아도 괜찮음을.

이유 없이 화를 내고 있는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가만히 바라보며 이렇게 말해 줄 것을 다짐해본다.

“무슨 일이야? 왜 그렇게 화가 났어?”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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