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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Nov 05. 2024

#310. 그냥 살아도 되는 거야

#310. 그냥 살아도 되는 거야     



......

사실 나도 그리 강하진 않아

보이진 않아도 상처투성이야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거야

나의 간절했던 바람들과

때론 이기적이었던 기도들이

흐르고 흘러 그곳에 닿을 수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텐데

언젠가는 결국 끝이 나겠지

그 뒤엔 무언가 날 위로해주겠지

많은 걸 잃어서 이 모든 걸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내가 나를 맞이하겠지

그보다 나은 내가 기다리겠지


     출처: 로이킴, ‘살아가는 거야’ 中   


  

오늘은 내가 세상에 태어난 날,

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한 날.      

올해 생일은 시작이라는 말이 주는 설렘보다

시작이라는 말 속 미완성, 불완전의 의미에 머물러본다.      


이 세상에 한 생명으로 세상에 태어나,

유일무이한 소중한 존재로 사랑받으며

바르고, 훌륭하고, 멋지게 성장해야 한다고,

그렇게 성장할 때 비로소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무한한 이 세상 속 미약한 존재로 태어나,

무한한 이 세상 속 유일한 존재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생명의 존재는 충분히 가치 있음을 알아간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한 해, 한 해 삶을 살아가며,

더욱 적나라하게 알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나약하고 부족한 모습을 바라보며,

미흡하고 미숙한 모습을 알아차리며,

그렇게 작은 미물임을 인정하며,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비로소 나 자신의 소중함과 존재가치를 깊이 깨달아간다.      


‘사실 나도 그리 강하진 않아.

보이진 않아도 상처투성이야.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거야.’     


노래 속 가사에 나의 마음을 함께 실어 불러본다.

그리고 이내 노래 속 가사로 나의 마음을 위로해본다.


맞아. 나도 그리 강하지 않아.

덧나고 곪아 터진 상처투성이의 마음을 들킬까봐,

그런 미약한 모습을 들킬까봐,

그런 나약한 모습이 우습게 보일까봐,

그런 부족한 모습을 얕볼까봐

기를 쓰고 웃으며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음을 알아간다.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갈 수 있었던 건

필요할 때마다 간절히 바라곤 했던

이기적인 기도 덕이었기에,

이기적인 것을 알지만, 간절한 기도로 둔갑시켜

오늘도 기도를 이어가본다.     

 

미약하고, 미흡하고, 미숙하고, 나약한

그렇게 부족하기만 한 나의 모습은

캐도 캐도 끝없이 쏟아져 나온다.      


처음엔

그 미약함과 미흡함, 미숙함과 나약함 투성이의 부족함을

어떻게든 채워보려 애썼다.

그렇게 동원되는 것들은 안감힘과 완벽함이었다.

어떻게든 완벽하려 안간힘을 썼으며,

그렇게 애를 쓰고 있으면서

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곤 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은 가능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지 않았기에,

타인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척 보일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할 수 없기에

결국 아무렇지도 않음은 들통나버리고 만다.      


그렇게 들통 나 버리고 나서야 알아간다.

미약하고, 미흡하고, 미숙하고, 나약한

그렇게 부족하기만 한 그 모습도,

그렇게 부족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그 모습도,

그렇게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은 그 모습도

모두가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임을 알아간다.      


오늘도 역시나 당연히 불완전할 것임을,

오늘도 역시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음을

명심하고 명심하며,

세상과의 첫 만남이었던 오늘 내 생일을 축하해본다.

세상과의 첫 시작이었던 오늘 내 생일을 축복해본다.

무한한 세상 속 작고 보잘 것 없는 미물이면서도,

이 세상 유일무이한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인 나 자신을

응원해본다.

나의 시작 속 미완성과 불완전을 응원해본다.

 

그리고 그런 미완성과 불완전의 존재로

그냥 살아가도 되는 것임을,

그냥 살아도 되는 것임을,

그렇게 그냥 살아도 괜찮은 것임을 명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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