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해 전 코로나로 인해 근 6개월 만에 첫 휴가를 나온 아들이(군에 보내고 나서 처음 만남) 휴가를 마치고 다시 부대로 복귀하고 난 뒤 아들 방에서 우연히 부모에게 쓴 100감사 편지를 발견했다.
찾지 못했으면 어쩌려구 말도 없이 귀대를 하였는지.. 아들은 내가 편지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고는「드뎌 봤군」이라는 짧은 메세지를 보내왔다.
군대 가기 전 몇 개월간 추억여행 하듯 한 말과 행동들이 본인 표현을 빌리면
인생 1막을 끝내고 2막을 시작하는 것이었다던 아들이, 낯선 군에서 부모를 생각하며 100가지 감사를 쓴 것이 못내 안쓰럽고도 감동이였다.
그러다가 문득 나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울그락 생긴 얼굴과 달리 감성이 풍부했던 아버지.. 결혼 후 멀리 이사를 와서 가끔 전화를 하면 '아빠 사랑해'라고 해 보라던 아버지에게 무뚝뚝한 딸은 한번을 표현하지 못하였다.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과 그러면 많이 좋아하시겠다고 생각은 했으나 돌아가시기 전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마.. 아들은 내게 20평생에 100감사를 쓰는데 나는 50평생에 100감사를 못쓰면 쓰나 싶어 엄마의 생신에 맞춰 100감사의 선물을 드렸다.
엄마를 통해 세상을 만나다
0~10세
1. 모태신앙을 가지게 해 주시고 교회를 잘 다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세브란스 병원에서 안전하게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3. 예쁘고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 추운 날도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시고 얼굴 덮은 이불을 숨 막히지 않게 팔 아픈지도 모르고 들어주어 포근히 잘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5. 좋은 솜씨로 예쁜 옷을 만들어 주시고, 털옷을 떠 주셔서 감사합니다.
6. 엄마 미용실로 맞춤형 머리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7. 제 이야기를 언제나 귀 기울여 들어주시고 반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8. 칭찬으로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9. 열심히 공부하도록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10. 남동생 과 여동생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11. “누나니까.. 언니니까..” 라는 말의 짐을 주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12. 유치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13. 멋진 생일잔치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4. 상 탈 때마다 짜장면을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15. 규칙을 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16.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17. 어려움을 모르고 부족함 없이 생활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커서야 넉넉하지 않은 가정상황에서도 엄마의 헌신과 지혜로 누린 행복임을 알았습니다)
18. 글씨를 크고 잘 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9. 궂은 학교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학교생활을 잘하도록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자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를 통해 성장하다
11~20세
21. 친구들을 잘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지금도 제 친구들은 엄마의 안부를 빠지지 않고 묻습니다^^)
22. 고품질의 카세트플레이어를 처음으로 경험하고 사용하도록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3. 걸스카웃 활동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4. 제 자전거를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25. 자연으로 문화공간으로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6. 서울로 전학을 가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7. 서울로 온 가족이 이사를 해서 감사합니다.
28. 제 방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29. 삼촌, 외삼촌, 할머니 등 많은 식구들과 같이 살아보고 외가댁, 큰 집, 작은 집, 이모, 고모, 사촌 등 친척들과 친밀히 왕래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0. 이층 침대를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
31. 제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을 존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2. 라디오를 끼고 살고, 연예인을 좋아하고 학교선생님을 좋아할 때도 웃으며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33. 정해진 용돈을 주시고, 스스로 계획하고 사용할 수 있게 알려주시고, 자율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34. 집안일을 하며 아르바이트의 재미를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5. 걸어서 학교 다닐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6. 제 의견을 존중해 과외를 받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7. 방학에 낮과 밤이 바뀌어 생활하는 것을 이해해 주시고, 제지하지 않음을 감사합니다.
38. 대학 시험 볼 때 멀리까지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9. 농구를 열심히 응원할 때 눈치 주지 않아서 맘껏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0. 늘 친구처럼 곁에서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를 통해 세상을 향하는 힘을 얻다
21-30세
41. 대학 선택을 전적으로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42.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43. 대학입학을 기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4. 제 생활에 믿음을 가지고 봉사활동과 선교활동으로 외박하는 것을 자유롭게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5. 대학 학비를 모두 마련해 주셔서 학비 걱정 없이 학교 다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6. 이른 아침에 김밥을 싸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학 친구들과 자주 잘 먹었습니다.
47. 대학교 3학년 때, 자취를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후로 제 학점이 고공행진을 했습니다~^^
48. 책을 사거나 용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한 번도 안 된다고 하지 않고 늘 흔쾌히 바로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49. 가정 경제가 어려울 때도 자식들을 향해 푸념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이제야 압니다.
50.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51. 대학과제와 교생실습 시 학습교재 만들며 경험하지 못한 것을 해야 할 때 해결사처럼 주변 인재들을 동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52. 집이 어려워져 친정으로(외가댁) 남편과 자식들을 데리고 오게 되고, 모든 고민을 혼자서 감당할 때도 의연히 버텨주셔서 감사합니다.
53. 교통사고 후에도 교회학교 성탄절 연습에 끝끝내 참여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날 엄마의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도 못하고 투덜대며 엄마를 대신해 연습을 시키려고 교회에 가던 제 모습이 두고 두고 반성이 되었습니다.
54. 대학 졸업하자마자 홀트복지타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55. 사윗감을 인사시켰을 때 믿음만 보고 허락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56. 직장다니며 연애할 때, 이른 아침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고 밤에는 전화하느라 바쁜 딸에게 “잘 지내?”냐고 위트있게 물어보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멀리 사는 사람처럼 엄마에게 무심했음을 웃으며 느꼈습니다~^^
57. 결혼하고 시댁에서 살겠다고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엄마의 그 표정과 걱정어린 말들을 결혼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지만...ㅎㅎ
58. 손수 만든, 세상에 하나뿐인 명품 이불로 혼수를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9.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가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내색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도 할머니를 ‘나’의 경험으로만 인식하고 제 아이들도 그렇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60. 제가 결혼하고, 딸의 빈자리가 많이 허전했을텐데 잘 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떠나온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아들을 군에 보내고 난 뒤에야 떠나 보낸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엄마의 마음을 배우는 엄마가 되다
31-40세
61. 왕릉골로 이사하고 집안의 가장 아닌 가장이 되어 생활전선에서 애쓰심을 감사합니다.
62. 아기를 못가져 몇 년을 힘들어 할 때, 기도원에 같이 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63. 성령충만함 받기를 기도해 주시고, 함께 기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64. 하늘이(태명) 출산 후에 병원에 함께 있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65. 별이(태명) 출산 후에 생업을 뒤로하고 한 달 동안 산후조리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가 되어도 엄마 그늘에 있는 것이 마냥 좋았다는..ㅎㅎ
66. 아이들의 이불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67. 손자를 보겠다고 3시간을 한걸음에 내려와 40분 보고 다시 올라가기를 즐거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68. 첫째 자녀로 사랑을 듬뿍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아이를 낳아보니 온전히 받았을 사랑에 감사와 그 시대에 딸에게 구별 없이 정성을 쏟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을지 깨닫습니다.
69. 많은 노래와 지혜의 가르침으로 길러주심을 감사합니다. 아이를 키우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전수받은 노하우를 여전히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70. 여전히 제 얘기에 귀 기울여 주시고,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71. 하늘이 별이의 체험에 함께 해 주시고, 많은 것을 맛보고 경험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72. 교회에 가는 기쁨을 몸소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 산 것은 항상 교회 갈 때 제일 먼저 하고 가시고, 교회 가는 것이 제일 즐겁다는 말씀이 믿음이 안일해 질때마다 큰 도전이 됩니다
73.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셨을 때 중심을 잡고 의연함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74. 육아일기를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역사의 처음 서사가 고스란히 적혀있는 육아일기를 보며 사랑받는 아기인 나와 사랑스런 엄마를 볼 수 있었고 또 그렇게 아이들의 육아일기를 쓰려고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75. 모든 것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의 눈으로 보고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초점을 자연스럽게 엄마를 통해 평생 배우고 있습니다.
76. 손주들과 소통을 잘해 주시고, 때로는 위로로 때로는 격려로 북돋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77. 제가 직장에서 하는 일을 인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78. 제가 교회에서 하는 일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79. 사위를 믿음직하게 여겨 주시고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80. 일을 바라보는 담대함과 지혜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를 통해 기쁨을 누리다
41-50세
81. 교회의 어려움이 있을 때 어린 저에게 드러내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교회에 어려움을 겪어보니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았습니다.
82. 남을 이유 없이 험담하지 않고 분별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83. 다른 사람을 살피고 궂은일에 앞장서는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84. 맛있는 정성 가득 반찬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85. 김장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주변에 인심도 씁니다~ㅋㅋ
86. 삶의 느낀 점을 얘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87. 명불허전 감주와 비빔국수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88. 좋은 것을 볼 때마다 생길 때마다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89. 황자매~ 이모들과 우애가득 행복가득 함께 즐겁게 지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90. 하늘이 대학 합격하고 특별 역사 여행프로그램을 기획ㆍ인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별이가 대기하고 있어요~ㅎㅎ
91. 여행을 즐기고, 해외여행도 건강히 다녀주셔서 감사합니다.
92. 놀라운 비즈작품으로 멋짐을 뽐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93. 자주 전화하지 않는 딸을 타박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
94. 장시간 조잘거리는 딸의 이야기에 호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95. 암을 거뜬히 이겨내셔서 감사합니다.
96. 무엇이든 해결하는 황가이버 창의력과 용기에 감사합니다.
97. 분명한 자기 목소리를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98. 엄마의 헌신으로 믿음의 가문이 되어감을 경험하고, 세상에서 얻지 못하고 잃지 않을 가장 값진 믿음의 자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