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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희 May 07. 2024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

episode 6.

언젠간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 

달리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나는

쉬지 않고 전력질주하여 빠르게 성취해 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게 취업하는 거에 도움이 된대.

그게 나중에 꼭 필요한 경력이래.

다들 한다더라.


그 말이 왜 그렇게 나의 엑셀을 자극하는지 모르겠다. 

그래? 그럼 뒤처질 수 없지.

누구나 한다는, 그리고 어떻게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일들을 해나가며

성취해 나가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하지만 엑셀만을 밟고 있던 자동차는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은 채 도로 위를 전력질주하는 것과 같았고,

내 의지로 엑셀을 밟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법을 몰랐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브레이크를 밟게 되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 달리지 않고 멈추게 되면, 속도에 대한 자부심을 포기하게 되면 내 삶엔 어떤 일이 펼쳐질까?

엄청나게 불안해지겠지. 

왜냐면 나는 어디를 향해 달려가야 할지 모르는 자동차이고, 

목적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지금까지 전력질주 해왔던 거니까. 


속도를 늦추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한다는 것들을 모두 하지 않았을 때

그 불안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불안을 느낀다는 것은, 내가 처한 상황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것이고,

그 불안은 결국 언젠가는 내가 느껴야 하는 불안인 것이다. 


그걸 깨닫게 된다면 그땐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꼭 도로를 전력질주하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알게 될 것 같다. 

천천히 달릴수록 음미할 수 있는 풍경이 많아지고,

내 마음속에 일렁이는 목적지를 똑바로 볼 수 있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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