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5.
내가 사랑하는 이는
큰 고래와 같은 이였다.
내 마음은 아쿠아리움이었고,
큰 고래는 아쿠아리움을 가득 채웠다.
함께 하기만 하면 됐다.
그럼 아쿠아리움이 비워질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사랑하는 이가
결국 나를 떠나게 될 때
나는 큰 고래를 잃을 뿐 아니라
텅 비어버린 아쿠아리움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단 한 마리의 고래가 사라졌을 뿐인데
가득 차 있던 아쿠아리움은 텅 비어버렸다.
고래가 떠난 상실감이 너무 커,
나의 아쿠아리움이 왜 이렇게 큰 것인지를 자책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커다란 아쿠아리움을 갖고 있었으면서
그동안 나는 왜 단 한 마리의 큰 고래만을 이 아쿠아리움 안에 품고 있었는지를 자책했다.
아쿠아리움에 그동안 나는 왜 너라는 고래만 넣었던 걸까,
이 넓고 큰 아쿠아리움에.
너라는 고래가 들어오기 전에 나의 아쿠아리움에 살았던 물고기들인,
가족, 친구, 일, 취미, 소소한 행복들은 네가 온 이후 어디로 간 걸까.
큰 고래가 떠나고 텅 비어버린 아쿠아리움을 보게 되자
그동안 아쿠아리움이 텅 빌까봐 불안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은 물고기들을 하나씩 키워나가면 되는 거였는데,
그 불안감이 너무 커 너라는 고래가 그렇게 크고 갖고 싶었나보다.
이젠 비어버린 나의 아쿠아리움에
어떤 물고기들이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