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희 Apr 30. 2024

사랑의 아쿠아리움

episode 5.

내가 사랑하는 이는

큰 고래와 같은 이였다. 


내 마음은 아쿠아리움이었고,

큰 고래는 아쿠아리움을 가득 채웠다.

함께 하기만 하면 됐다. 

그럼 아쿠아리움이 비워질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사랑하는 이가

결국 나를 떠나게 될 때

나는 큰 고래를 잃을 뿐 아니라 

텅 비어버린 아쿠아리움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단 한 마리의 고래가 사라졌을 뿐인데

가득 차 있던 아쿠아리움은 텅 비어버렸다.


고래가 떠난 상실감이 너무 커, 

나의 아쿠아리움이 왜 이렇게 큰 것인지를 자책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커다란 아쿠아리움을 갖고 있었으면서 

그동안 나는 왜 단 한 마리의 큰 고래만을 이 아쿠아리움 안에 품고 있었는지를 자책했다.


아쿠아리움에 그동안 나는 왜 너라는 고래만 넣었던 걸까,

이 넓고 큰 아쿠아리움에.

너라는 고래가 들어오기 전에 나의 아쿠아리움에 살았던 물고기들인, 

가족, 친구, 일, 취미, 소소한 행복들은 네가 온 이후 어디로 간 걸까.


고래가 떠나고 텅 비어버린 아쿠아리움을 보게 되자

그동안 아쿠아리움이 텅 빌까봐 불안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작은 물고기들을 하나씩 키워나가면 되는 거였는데,

그 불안감이 너무 커 너라는 고래가 그렇게 크고 갖고 싶었나보다.


이젠 비어버린 나의 아쿠아리움에 

어떤 물고기들이 찾아올까?






 


이전 05화 파도에 삼켜져 버릴 모래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