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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작가 직업인 특강 후기(고등학교 출강 수업 제안)

선생으로서의 학교


부끄럽지만 나는 웬만한 웹소설 작가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는 8년 차 작가다.


물론 아주 대단하진 않지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웹소설 시장을 전선에서 함께 나아가며 지켜보았고, 웹소설 월천킥을 쉽게 말하는 사기꾼들에게 '너 그거 달성 못해봤지. 내가 거기까지 올라가니까 하루하루가 미치겠더라'라고 일갈할 자격은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나는 사범대학 출신으로, 교생실습으로 학교도 출근해 보는 등의 추억이 있지만 작가의 업무가 고되어 교사가 되진 않았다. 꿈꾸던 교사로의 길은 영원히 이별인 줄 알았는데, 사기당한 지망생을 데리고 취미로 시작한 소규모 속성 웹소설 수업이 이제는 2년 가까이 되는 중이다. 그렇게 지망생들을 앉혀 열심히 나뭇가지로 찌르니 실제로 문피아 아카데미도 통과하고, 카카페 기다무도 가는 모습을 보니 이게 스승으로서의 보람인가 싶다. 돌고 돌아 결국 나 자신이 그리던 나다.


그러던 도중, 어느 고등학교에서 직업인 특강을 개최한다며 출강 제안을 해왔다. 임용고시도 보지 않았는데 생각지도 않게 교단에 다시 서게 되다니! 정말 감회가 새로움. ㅎㅎ


웹소설 작가를 희망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고, 심지어 형제자매 하나가 결혼 후에 그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때문에 특강이 끝나면 겸사겸사 만나서 하룻밤 머물고 놀기로 결정.



안내문은 메일을 통해 이런 식으로 도착했다.


담당 선생님께서 메일 등으로 꾸준히 연락을 주셨고, 당일 고등학교에 도착하니 특강 하는 사람을 위해 커피도 준비해 주시고, 강당에서 PPT를 이용해 안내해 주셨다. 플러스, 교장 선생님께서도 오셔서 인사말을 해주심.


여태껏 지망생 대상으로 데뷔 트레이닝은 쭉 해왔지만, 고등학생 대상으로 웹소설 작가의 삶에 대해 소개하는 일과는 결이 약간 다르다. 교생이었을 때와도 시간이 많이 흘러 떨리기도 하여 열심히 준비해 갔다. 그런데도 교장 선생님도 뵙고 하니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나 어른들은 괜히 무언가를 하는 법이 없다는 생각이 스친다.



5명 중 하나는 웹소설을 아는 시대다. 그 덕택인지 웹소설 작가 특강에 신청한 학생들로 한 반이 가득 채워지다 못해 누군가는 책상을 들고 왔는데, 덕분에 더더욱 떨렸지만…… 어찌어찌 진행은 잘했다(고 생각한다ㅎㅎ).



사실 내가 준비한 PPT는 원래 따로 있었는데, 특강 전날, 온라인으로 모여 함께 원고를 하던 지인 작가가 자신도 비슷한 특강을 한 적이 있다며 PPT를 보여주었다(혹시 몰라서 내용은 블러 처리).


웹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주 간단한 방식도 그렇고, PPT 핸드폰이 정말 핸드폰처럼 작동해서 수강자의 이해에 아주 효과적이더라. 소설만 천재적으로 쓰실 뿐만 아니라 PPT 작업 능력조차 대단했다. 거의 6년을 넘게 본 지인인데도 새로운 면을 발견해서 정말 진심으로 30분 정도를 감탄했다. 나도 피피티는 잘 만든다고 자부했는데…… 피피티 계의 스페셜리스트다. 하여간 마지막 날에 그분의 PPT의 템플릿을 급히 빌려왔다.


2시간가량의 수업이었는데, 웹소설 및 웹소설 작가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Q&A 때는 아주 중요한 질문들이 많이 들어왔다. 사실 기대한 바이기도 했는데 내가 중학생 때부터 온종일 자작 소설을 조아라에 올려댔던 것처럼, 이 자리에도 웹소설 작가나 아주 진지한 지망생이 존재하리라는 추측을 해갔기 때문이다. 솔직히 요새 반마다 1~2명은 무조건 웹소설을 쓰고, 1/4는 웹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작가 한 명도 중학생 때 데뷔했다.


지금 생각나는 질문으로는,


Q) 다음 웹소설을 쓰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구상을 하고 들어가시나요?

Q) 반드시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는 웹소설을 출간할 수 없나요?

Q) 웹소설 표지는 어떻게 외주를 넣는 건가요?


정말로 현업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하는 질문들이어서, 질답으로만 거의 1시간이 소모된 것 같다. 그렇게 특강을 마치고는 진이 빠져서 1시간가량을 낮잠 잤다는 이야기.


아, 담당 선생님께서 직업인 특강 후기도 전달해 주셨다.



복붙 메일일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메일 받은 내가 행복하였으니 이득. ㅋㅋ


학교가 참 깨끗하고 나 때랑은 많이 달라지고(…) 학생들도 무척 잘 들어줬는데, 웹소설 작가로의 싹이 보이는 소감문 내용도 몇 개 보여서 마무리가 무척 기분 좋다.


가끔은 이런 특강이 도리어 내 웹소설 집필 의지를 더욱 불태우게 만든다. 열심히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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