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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Jun 08. 2024

어느 날 네가 나를 피했다.

2장. 서툴게 찾아온 이별

 아무리 잊으려 해도 자꾸만 선명해지는 기억이 있다.

그날의 상황을 수천 번 반복하다 보니 예전만큼 아픈 기억은 아니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오늘도 평소처럼 아침 수영을 하러 수영장에 갔다.

기분 좋게 수영을 하고 나오니 오늘따라 유난히 맑고 상쾌한 공기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너도 이런 날씨를 참 좋아했었는데.

벌써 10년이 다 돼 가지만 나는 가끔씩 아직도 그날에 멈춰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2015년의 어느 날.

결국 나는 친구와 함께 다니던 미술학원을 그만두고 피아노 학원에서 본격적인 입시 준비를 시작했다.

운이 좋았던 건지 나는 클래식에 재능도 흥미도 있었기에 실력이 향상되는 하루하루가 기쁨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우리 사이가 틀어진 게.

매일같이 울리던 전화기는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수십 통의 문자 끝에 내게 온 답장은 몇 년간 같이 하던 등하교를 이젠 따로 하자는 짧은 문장뿐이었다.


 복도에서 나를 우연히 만나도 눈을 피하며 지나치는 너의 모습이 낯설었다.

영문도 모른 채 버려지는 기분은 정말이지 눈물 나게 비참했다.


 그래서 나도 너를 버리기로 했다.

너도 그때의 내 기분을 느끼길 바랐다.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ps. 최근 계속 기분이 울적했던 이유를 드디어 깨달았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아픈 기억들을 끄집어 내다보니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되더라?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된다는 게 아닌가 봐. 그저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에 익숙해지는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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