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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Jun 01. 2024

나의 첫 번째 친구

2장. 서툴게 찾아온 이별

 모든 것들은 처음을 맞이한다.

어떤 처음은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또 어떤 처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맞이하게 될 때도 있다.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많은 것들을 처음 경험하고, 또 그 처음을 기념하기도 하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매일 맞이하는 하루도 항상 처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똑같은 일상을 반복한다고 해서 오늘 하루를 두 번 사는 것은 아니니까.


 나에게도 수많은 처음이 있었다.

첫 생일, 첫 입학, 첫 연애, 첫 시험.....

이것 외에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처음이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중에서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처음은 단언컨대 '첫 친구'일 것이다.


 2011년 3월, 볕이 잘 드는 창가자리에 앉아 나에게 말을 걸었던 그 아이를 나는 평생 잊지 못하겠지.


 낯설지만 반가운 듯한 목소리, 볼이 폭 패인 짓궂은 웃음, 햇빛에 더 반짝이던 딸기 모양 머리핀이 어울리던 그 아이는 나와 닮은 점이 참 많은 아이였다.

새 학기 첫 짝꿍은 번호순으로 지정되었는데 지금도 그때 내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그 아이였던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름도, 취향도, 사는 동네까지 비슷했던 우리는 언제나 친자매처럼 붙어 다녔다.

일부러 비슷한 색깔로 옷을 맞춰 입기도 하고, 머리도 똑같이 묶어 쌍둥이 놀이를 하는 게 즐거웠다.


 학교에서만 신나게 붙어다니다 서로 같은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거의 내 하루의 대부분은 그 아이로 채워지게 되었다.

해가 바뀌고, 새 친구가 생기고, 반이 떨어져도 우리는 언제나 함께였다.

미래를 함께하자는 덧없는 약속도 그 아이와는 꼭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평생 친구하면서 이렇게 붙어 다니 자는 약속은 해가 바뀔수록 구체적으로 변해갔다.

처음에는 둘 다 화가가 되어 함께 전국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리자는 약속이었다.

계획은 내가 도중에 피아노로 진로를 바꾸게 되면서 무산되는 듯했으나 그 아이는 내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우리 같이 카페를 차리자! 내가 가게 인테리어를 하고, 네가 만든 노래를 안에 틀어놓는 거 어때?"


 정말 현실을 모르는 순수한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생각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진지했다.

설령 그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나의 미래에는 언제나 그 아이가 함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이루지 못하기에 더욱 아름답게 기억되는 그때의 그리운 꿈.


ps. 내 이야기를 글로 쓰려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들추어야 하기에 작업하면서 많이 우울했어.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깨닫게 된 것 같아.ᐟ.ᐟ

늦었지만 상처투성이인 어린 시절의 나를 보듬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날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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