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지 못한 마지막 전화
2장. 서툴게 찾아온 이별
그 아이가 나를 피한 지 어언 몇 주간 나는 매일을 울며 보냈다.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 한 통 없고, 언젠가부터는 나만 보면 시선을 돌리며 피해 가던 그 모습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분명 같은 학교에 있는데, 내 친구만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지금이라면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겠지만 12살 어린 나이, 친구관계를 일방적으로 단절당한 상황에서 거기까지 생각할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그렇게 나는 쓸모없고 알량한 그 자존심을 내세우다 내 평생을 약속한 친구를 영원히 잃고 말았다.
더 이상 너를 기다리지 않기로 마음먹은 난 곧바로 책상에 앉아 책을 읽었다.
빼곡한 글자를 읽어 내려가며 머릿속으로 책 내용을 떠올리다 보면 네 생각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았다.
일부러 해맑은 웃음을 짓고, 네가 생각날 틈도 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그 아이와 같이 하던 등하교도 새로운 친구와 하면서 언젠가 그 아이가 우리 모습을 보고 후회하기를 바랐다.
학원에서도 연습량을 늘려가며 최대한 혼자 가만히 있는 시간을 줄였다.
덕분에 실력은 수직 상승했고, 나는 초등반 최초로 대학 교수님께 개인 레슨을 받게 되었다.
그렇게 반년이 지나고 6학년이 된 나는 다가오는 중학교 입학과 본격적인 입시 준비반 수업을 위해 하루하루가 바쁜 날들을 보냈다.
그 아이와는 다른 반이 되었고, 내심 같은 반이 되기를 바랐지만 크게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그 아이는 더 이상 내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매년 반복되는 새 학기였지만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새로운 반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자연스레 그 아이의 얼굴도 흐릿해져 갔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11월, 마지막 겨울방학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둔 채 교수님께 레슨을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며 익숙한 이름이 화면에 띄워졌다.
1년 반만이었다.
약 1년 반 만에 그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순간 놀라긴 했지만 레슨을 받던 중이라 나는 전화기를 덮어놓고 다시금 레슨을 받았다.
그때의 나는 그 아이의 전화보다 입시반 수업이 더 중요했다.
레슨이 끝나면 바로 연락을 해볼 생각이었으나 그날따라 교수님의 피드백이 길어졌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급히 전화를 걸어봤지만 부재중을 알리는 안내 음성만이 돌아왔다.
그게 마지막 전화인 줄 알았더라면 안 받는 게 아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