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찾아올 거라 생각했던 이별은 생각보다 빨리 나를 찾아왔다.
그것도 죽음이라는 슬픈 결말을 들고.
너의 소식을 들은 건 바로 다음 날.
다음 수업 교과서를 꺼내고 있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자습시간을 주시고는 나를 데리고 나갔다.
유난히 어수선한 교무실에 들어서자 정체 모를 불길함이 나를 긴장시켰다.
영문도 모른 채 교무실로 불려 온 내게 선생님은 여러 질문을 던졌다.
"00이와 많이 친했니?"
"혹시 00이가 힘들다는 얘기를 하진 않았니?
"00이가 다른 친구들한테 괴롭힘 당하는 걸 알았니?"
다른 질문들에는 아는 대로 대답했지만 마지막 질문만큼은 답할 수 없었다.
괴롭힘이라니 처음 듣는 말이었다.
반이 다르긴 했지만 나름 가까운 공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설마 그것 때문에 나를 피했던 걸까.
마음이 급해진 나는 그 아이가 괜찮은 지 물었지만 선생님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침묵했다.
몇 초간의 정적 끝에 돌아온 말은 네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말도 안 되는 소식이었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새하얗다 못해 멍해지며 누군가 내 뒤통수를 세게 걷어 찬 느낌이었다.
선생님께서 말하시길 그 아이의 휴대폰에서 발견된 마지막 통화 기록이 바로 나였다고 한다.
바로 어제 너무나 쉽게 여기고 받지 않았던 그 전화였다.
몇 년 전 아빠가 던진 냄비가 머리를 스쳤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점점 숨 쉬기가 힘들어지고, 머릿속에서 삐-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견디기 힘든 어지러움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이번엔 병원이 아닌 보건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본 것은 울먹이는 엄마와 담임선생님.
그 모습을 보자 정말로 꿈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 아이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전화를 걸었던 걸까.
그때 그 전화를 받았다면 우리는 아직 함께 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