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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 Jul 20. 2024

새 학기는 어수선해서 좋아

3장. 난 그저 잠시 우울했을 뿐인데

 그날의 기억으로부터 어느덧 1년이 흘러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여전히 나는 죄책감에 잠식된 상태였지만 이런 감정도 적응이라는 걸 하는 건지, 우습게도 매일을 그 감정에 짓눌리진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미 성적인 우울감에 익숙해져 버렸을 뿐.

그나마 학교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빠 이런 우울감 따위에 빠질 틈조차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동네에 있는 여러 초등학교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니 익숙한 듯 낯선 느낌들이 공존하며 교실에는 며칠 내내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처음 입어보는 교복처럼 모든 것이 낯선 시기였다.


 하지만 그런 어수선함은 나쁘지 않았다.

과거에 사로잡힌 쓸데없는 잡념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학교생활에 더욱 집중하고픈 마음이 들게 만들었으니까.


  나도 조금은, 너를 잊어도 되겠지.

적어도 이 어수선함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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