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처음으로 끄적거린 말들을 모아 브런치북 연재를 호기롭게 시작했다.
언젠가 나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연재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기에 연재 자격이 주어지자마자 책상에 앉아 주제를 잡고, 가제를 붙이던 내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미 다 지나간 일, 극복해 낸 아픔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말 안일한 판단이었다.
나의 우울을 극복하고 난 후엔 그날의 어린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자만한 마음으로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깊숙이 묻힌 내 안의 작은 상자를 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무의식 아래에서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을수록 그것은 소리 없이 몸집을 키워갔고, 언젠가부터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나를 불안으로 흔들었다.
더 이상 그 일을 끄집어내기 싫었다.
마감이 끝나 겨우 한 편을 올리면 다시금 피어오른 감정에 한참을 울기도 했다.
중간에 포기하는 거, 뭐가 됐던지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포기하는 것도 용기니까.
겁쟁이지만 조금은 용기를 내볼까 한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