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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상작가 해원 Oct 26. 2024

죽. 이. 고. 싶. 다.

소제목 : 한우, 앵거스


그리움 죽이기 / 안도현


칼을 간다

더 이상 미련은 없으리

예리하게 더욱 예리하게


이제 그만 놓아주마

이제 그만 놓여나련다


칼이 빛난다

우리 그림자조차 무심하자

차갑게 소름보다 차갑게

밤마다 절망해도

아침마다 되살아나는 희망


단호하게 한 치의 오차 없이

내. 려. 친. 다.


아뿔사

그리움이란 놈,

몸뚱이 잘라 번식함을 나는 몰랐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고 장난말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건 장난말이 아니라 진정한 살고싶음에 대한 외침이다.


남처럼 좋은 집에서, 남처럼 좋은 차 타고, 남처럼 좋은 옷 입고, 남처럼 건강하게, 남처럼 화목하게,


#


남이 존재하는 이유는 먼저 '나'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움보다 더 간절하게 나를 죽이고 싶다. 나는 무엇이길래?


도대체 나는 무엇이길래 나는 나를 괴롭히는가?


그리움보다 더 나를 죽여야 내가 산다.


내가 없다면,


그리움 따위 죽일 일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더욱 내가 그립다! 


나를 죽여줄 나, 


그 빛나는 칼날.


어디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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