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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잉킴 Apr 16. 2024

네가 이해 안 되지만 부럽다.

신을 찬양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냥 어렴풋이 말에 묻어 나오는 신의 존재에 대한 인정 그 정도로 내게는 충분하고 더 아름답다.


그의 말, 행동에 간혹 가다 놀라기도 하고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 싶은 순간이 있지만 애써 숨긴다.


미대 학부 시절 어느 순간 예수만 그리고 예수만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동기가 있었는데 안 그래도 서먹한 사이 더 가까이 다가갈 순 없었고 그녀의 깊은 신앙심에 대한 표현은 오히려 불편했다.


어떤 마음이어야 저렇게 신을 섬기고 살 수 있는 걸까.


내가 틀린 걸까, 내가 그들이 말하는 잘 못된 사람인 걸까.


그는 금요일마다 새벽에 일어나서 15분 자전거를 타고 모스크에 가서 아침 기도를 하고, 라마단 중에는 매일 간다. 기도 중에 전화벨이 울리거나 초인종이 울려도 멈추지 않는다. 어느 순간 할랄이 아닌 고기는 먹지 않으려 하고 다른 물건들은 부러뜨리고 잃어버리더라도 코란에는 입맞춤을 하고 먼지 한 톨 묻지 않게 소중히 다룬다.

이 모든 것이 아직도 낯설고 넌센스다.

쉽게 좌절하고 삶의 목적이 불분명한 나를 보며 그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그래도 잘 살아 보려고 나름 머리를 굴려본 나의 생각은 이렇다.

신념을 가지고 바르게 살려고 하는 그 노력에 내 저 깊고 깊은 마음속 질투나 박탈감은 아닐지 진단하도록 한다. 또는 내 편의를 위해 가장 중요한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우리 관계에 있는 특수한 조건일 뿐 결국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지 못한다면 옆집 남자랑 살더라도 마찰은 있었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그다지 행복하지 못했다. 

예민한 성격에 주변인들의 생각, 감정에 쉽게 휩쓸렸고 그 사회 안에 속하고 그 안에서 지내며 쓸모없는 감정 소비를 많이 했다. 말 한마디에 상대의 기분을 다 알아버리는 것도 피곤했고 모두가 말하는 비교, 물질주의, 경쟁에 스스로를 잘 보호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땐 그냥 멀리 떠나고 싶은 생각이 오래 있었다.


떠나도 참 멀리도 떠나 온 것 같다. 

없으면 보인다고, 화목한 가족이 있고 직장도 있고 편하게 살 수 있었던 환경을 그리워하곤 한다. 그리워하다가 4년이 지났고 열정은 많이 소비됐으며 삶의 진정한 동기를 찾고 있다. 알을 깨고 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의 두께만 더 두꺼워지는 것 같다.


아직은 내가 알 수 없는 영역이지만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으로 삶에 별다른 물음표 없이 열심히 사는 게 솔직히 부럽고 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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