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책상 정리도 잘 되어 있네요
아이고 이 책!
대학에서 전과하기 전 책이네?
이때 정말 힘들었는데~
전공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슬럼프에 빠져 있었잖아요?
그래서 군에 입대하고
전역 후 전과를 했잖아요?
여보 기억 안 나요?
맞아요 그러네
그리고 또 대학원도
전공과 다르게 진학했잖아요?
박사과정도 마찬가지로
요즘은 융합 교육이라고
여러 가지 학문을 결합한
특성화된 융합 교육을
받고 있데요
취업은 또 어때요?
전공과 약간 비켜있잖아요?
정말 알 수 없는 아들이에요?
그래도 자기 길을 잘 가잖아요?
우리 아들이니까 믿어야겠지요?
그럼요~
요즘 젊은이들은
애사심도 그리 많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사표를 던지고
그 길을 택한데요
돈을 모으는 것보다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데요
성공보다 즐기는 세대 내요?
글쎄?
성공의 기준이 다르겠지요
세상이 내가 젊었을 때 하고
많이 다르구나 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어요
여보 이것도 보세요
분리수거해 놓은 것
기가 막히네요
우유팩은 깨끗이 씻어 놓고
음료수병은 상표를 뗀 상태로
씻어서 버렸잖아요?
우리는 그냥 버리잖아요?
안 그래요?
덜렁덜렁한 것 같아도 잘하잖아요?
닥치면 다 하게 돼 있어요
이제 마음 내려놓고 지켜봅시다.
그러자고요
여보 우리가 언제 이렇게
많은 대화를 해 보았나요?
연애시절 빼고
처음인 것 같은데요?
그런 것 같아요
아들 덕분에 친해진 건가?
오늘 잘 온 것 같네요
아들도 잘하고 있는 것 같고
또 우리 부부도 덕분에
이야기꽃을 피웠고~
우리는 주인 없는 방에서
한참을 쉬다가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