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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바 Apr 19. 2024

비흡연자지만 물담배는 좋아

다합의 공기까지도

별들로 가득한 다합의 밤.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사람들과 제법 친해졌다. 내가 스쿠버다이빙을 쉬는 동안 준 강사는 다른 사람들 펀 다이빙 가이딩을 하느라 바빴다. 잠시 숨 돌릴 틈이 생겼나 보다. 대화할 시간이 생겼다. 나, 준 강사, 은서(가명), 지민(가명)은 나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은서는 나보다 동생이고 지민이는 나와 동갑내기 친구다. 라이트하우스 맛집. 밤바다를 배경 삼아 스테이크를 한 입 먹었다.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리는 말없이 게 눈 감추듯 먹었다. 배가 든든하다. 맥주 한 잔 하기 위해서 자리를 옮겼다.


과묵한 그가 궁금해졌다


지민이가 나에게 물어본다.


"이집트 어디 어디 다녀왔어?"

"피라미드만 보고 바로 다합으로 왔어"


"아~진짜? 다른 지역에는 왜 안 갔어?"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했는데 복잡한 카이로를 보고 빨리 홍해 바다로 가고 싶었어"


그래도 후회되지 않겠냐는 은서의 말에 아니라고 답했다. 다합은 내가 살고 싶은 장소와 가장 흡사한 곳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를 매일 보고 쉬고 싶으면 물멍도 하고, 이제는 바닷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이때 준 강사는 나에게 말한다.


"이퀄라이징 연습 했어요? 내일 다시 교육 있는 거 알죠?"

"네! 저 연습 많이 했어요. 입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 끝을 흐렸다. 자신이 없었다. 귀가 다시 아플까 봐 걱정되었다. 


"언니는 할 수 있어!"


그때 파이팅을 외치는 은서. 은서는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나는 못 할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맥주를 들고 건배를 했다. 무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맥주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꿀꺽꿀꺽 들이켰다. 이 분위기에 취하고 싶은 날이다.


여전히 과묵한 준 강사. 왜 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그가 궁금했다.


"강사님은 이집트에서 얼마나 살았어요?"

"이제 1년 정도?"


"오래 산 것 같았어요. 강사님 첫인상이 머리도 길고 살도 타서 현지인 같았거든요"

"다들 그렇게 얘기해요"


은서와 지민이도 맞다며 맞장구를 쳐준다. 먼 훗날 내 모습이 어떻게 될지 상상도 못 한 채 말이다. 절제된 그의 대답이 그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과묵함 속에 진중함이 느껴졌다.


맥주 한 잔 물담배 한 모금


"어? 저거? 물담배 아니야? 다합에도 있네?"


어느새 맥주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물담배는 길쭉한 항아리 모양으로 위에는 자그마한 숱이 올려져 있다. 옆 테이블에 한 남자가 긴 호수를 잡고 이따금씩 입으로 빨아드리고 있었다. 나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건우(가명) 오빠와 처음 물담배를 해본 적이 있다. 어떤 느낌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여기는 다합이니까 한번 더 해보고 싶었다.   


"물담배 할 사람!?"


우리는 과일향이 나는 물담배를 시켰다. 물담배 한 모금 들이켰다. 헛기침이 나왔다. 튀르키예보다도 더 니코틴이 더 셌다. 흔한 담배 냄새가 아닌 나에게 사과향이 난다. 조금씩 물담배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나는 비흡연자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물담배가 좋아진 게 말이다. 물담배를 한 모금 들이마실 때마다 다합의 밤을 마시는 것 같았다. 다합에 있는 공기까지도 마시고 싶었다.  


찰랑찰랑 물결 소리, 맥주 한잔, 물담배 한 모금,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좋은 사람들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물담배(시샤, Shis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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