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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드브랜딩 Nov 24. 2024

육아전선 전투일지

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

  전투일지는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군사 작전과 전투의 세부 사항을 기록한 문서로 작전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고 향후 작전 계획에 반영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전투를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전쟁 범죄나 인도적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법적 증거로도 사용되며 향후 역사적 기록으로 남아, 후대에 중요한 교훈과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토록 전쟁에서의 전투일지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육아일지는 부모가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기록하고 관리하며 부모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육아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다. 육아일지는 자녀의 발달을 추적하고 성장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 후에 자녀가 성장한 모습을 돌아보거나, 가족의 역사로 남길 수 있다. 나의 육아일지는 대부분 부모의 반성과 스트레스 관리로 적혀있다. 초보 아빠로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전쟁에서의 전투일지와 육아과정에서 육아일지는 서로 다른 환경이지만 모두 기록을 통해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는 군대 시절부터 일기를 쭉 써왔는데 환경만 바뀌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육아과정에서 나의 일기는 육아일지의 역할을 해주었고 글과 사진들은 몇 년이 지난 후에 지금 브런치스토리의 소재로 쓰이게 되었다. 이 육아일지는 육아전선에 갑자기 뛰어든 초보아빠의 시행착오를 겪는 스토리가 빼곡히 적혀있다.  


  어느 날 육아일지를 보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김치가 익어 오랜 시간 동안 자연 발효되어 생긴 독특한 풍미와 아삭한 식감이 매력적인 묵은지처럼 묵혀있던 육아전쟁에서의 전투 스토리와 많은 사진들을 글로 써보는 게 어떨까? 요즘 맞벌이 가정도 많고 이제 아빠가 육아휴직을 쓰는 게 이상하지 시대에서 나와 같이 갑자기 육아전쟁에 빠진 아빠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란 의문점에서 시작해 브런치스토리. <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를 연재하게 되었다. 


  내 육아일지 시기는 첫째 딸 아름이가 8살, 둘째 딸 아린이가 4살 때 이야기다. 물론 신생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일상 하고는 차이가 있다. 둘째가 4살인데 무슨 육아가 힘든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도 그런 생각에서 육아를 시작했다. 솔직하게 집에서 자녀 보는 걸 쉽게 생각했다. 직장이 훨씬 힘들다고 느꼈다. 그런데 대부분 육아를 전담해보지 않은 아빠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군대에서 있을 때, 와이프가 2년 간의 육아휴직을 했다. 그때는 첫째 아름이만 있을 때인데 와이프가 퇴근 시간인 6시만 되면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언제 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나의 퇴근 시간을 모르는가? 미안하지만 나는 그때 어렸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후반이니 직장에서의 야근과 특수부대 전우들과의 약속으로 늦게 들어가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항상 와이프가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는데 그 이유도 몰랐다. 그래서 퇴근길에 카페에 들러 와이프가 좋아하는 카페라테를 사갔던 기억이 아른거린다. 그때 숙소 아파트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어 차를 타고 나가야만 했다. 와이프는 그때 감옥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지금에선 말한다.  


  육아를 전담한 1년. 물론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의문점을 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왜? 와이프가 퇴근 시간에 전화했는지...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는지... 휴가 때 집에 내려오면 피곤해 죽겠는데 치카치카 만큼은 나보고 해달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육아를 전담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직장을 다니는 와이프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지금 내 육아전선 전투일지는 와이프를 이해하고 가정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해준다. 더 나아가 육아하는 엄마들과의 대화를 하다 보면 '어머 그걸 어떻게 알아요?' 하며 아빠가 육아 부분을 공감하는 것에 흥미와 호기심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 수 있었다. 그리고 육아를 1도 모르는 아빠들에게 육아전쟁에서의 모험담처럼 MSG를 듬뿍 뿌려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 입담으로 무르익었다. 


  육아전쟁에서의 일상은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내 육아전선 전투일지에 적인 일과는 다음과 같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밥을 차리고 첫째 딸 아름이는 초등학교로 둘째 딸 아린이는 어린이집으로 등원을 시키고 설거지를 하고 밥을 먹으려고 TV에 앉으면 9시 반에서 10시가량 되는데 이때 어떤 프로그램을 할까? 바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오전 시사 프로그램들을 볼 수 있다. 나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를 항상 봤다. 


  잠시 밥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잠시.. 집안일이 시작된다. 빨래는 기본적으로 4번을 돌린다. 어른 겉옷, 애들 겉옷, 어른 속옷과 수건, 애들 속옷과 수건...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MBTI가 ESTJ 엄격한 관리자인 금호동호랑이 별명을 갖고 있는 와이프 말을 고분히 따랐다. 내가 군인이기 때문에 또 임무가 떨어지면 군말하지 않고 잘 따른 측면도 있다.  


  빨래를 하는 도중에 쉬냐고? 아니다... 청소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청소기, 바닥 물청소, 가습기 청소,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분리수거, 식기 소독, 화장실 청소, 집안 환기, 이불 털기, 빨래 회수 및 정리 등등 등원부터 하원시간까지 집안일은 계속된다. 그러다 보면 야속하게도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30분 정도 남는다. 내 생각에 육아전쟁의 전반부는 여기까지다. 그리고 잠시 1시간에서 30분 휴식을 취하고 후반부를 준비한다.


  어린이집에서 둘째 아린이를 데리고 온 순간부터 육아전쟁의 후반부가 시작된다. 집으로 오기 전 반드시 들려야 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놀이터와 마트다. 놀이터에서 1시간가량 놀아주는 데 절대 혼자 놀지 않는다. 핸드폰을 볼 시간 따위는 없다. 놀이터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는 항상 과자 1개를 사주고 집으로 들어온다. 저녁을 차리고 목욕을 시키고 집안일을 하다 보면 밤 9시가 된다. 아침 6시부터 밤 9시 가지 평균 약 15시간을 육아를 하고 있었다. 신생아를 키우는 부모의 육아전투 시간인 낮과 밤 구분이 없는 24시간보다는 감사한 육아환경이지만 초보인 나에게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었다.  


  이런 일상에 약간의 이벤트가 더해지는 날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했던 편하고 고요한 육아휴직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렇듯 육아전선에서 발생하는 일들로 전투일지는 시간이 갈수록 두꺼워지며 이런 가운데 초보 아빠인 나는 육아 전문 아빠로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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