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아빠, 육아전쟁에 뛰어들다.
오후 5시 반에서 6시 사이.. 항상 울리는 핸드폰 소리에 전화를 받는다.
"여보. 퇴근했어? 오늘 언제 와?"
나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내 퇴근 시간을 몰라서 계속 전화하는 거야? 일 없으면 들어가겠지." 라며 말했다.
그러자 와이프는 힘없는 목소리로
"아니. 그냥 언제 오는지 궁금해서. 알았어 끊어."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런 통화를 할 때면
핸드폰이 그럴리는 없지만 서늘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전화를 끝내고 5분도 안돼서 나는 이런 통화를 한 것을 항상 후회한다. 미안한 마음에 와이프가 좋아하는 카페라테를 사러 시내로 나가는 길에 다시 전화를 걸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엇을 잘 못했을까? 육아를 전담하지 않는 많은 아빠들은 이런 의문점을 가질 것이다.
나는 직장에서 여러 가지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집에서 육아만 하면서 왜 계속 집에 언제 오냐고 항상 보채는지 와이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회생활을 안 하면서 집에서 육아만 하는 게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육아를 전담하고 1달이 지난 어느 날 오후 6시.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마치 어디선가 느꼈던 데자뷔 같이 나는 오후 6시마다 아내에게 전화하고 있었다. "여보. 일 끝났어? 오늘 집에 언제쯤 도착해?"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육아를 마무리하고 와이프랑 맥주 한 잔 하며 미안했다고 말했다.
"여보 혼자 육아할 때 좀 더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때는 몰랐거든 매일 퇴근시간마다 전화하는 이유를.. 그런데 내가 어느 순간 그러고 있더라고."
나는 와이프에게 잔을 권하고, 우리는 잔을 맞대고 서로를 응원하며 미소 지었다.
와이프가 말했다.
"그때 엄청 우울했어. 그 동내가 촌이라 아파트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차도 친구도 없으니 혼자 신생아 아기와 둘이서만 있는데 힘들었어. 온 세상에 나와 아기 둘만 남겨진 느낌이었거든. 그나마 여보가 집에 오면 사람 만나는 느낌에 좀 괜찮아졌어. 그래서 나도 모르게 여보 퇴근시간만 되면 전화하고 있더라고."
주부가 퇴근시간쯤 전화하는 이유...
전화해서 언제 와?라고 묻는 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나 육아 힘들어.... 와서 육아하는 거 도와줘.... 나 좀 쉬고 싶으니 빨리 와!"라고 말이다.
나는 와이프가 도착하면 목욕을 시킨 후 바로 집을 나가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주변 공원을 달렸다. 거리는 약 5km를 건강을 유지한다는 핑계로 말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유일한 나만의 시간을 갖길 원했는지도 모른다.
달리기를 하면서 땀을 흘리고 나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자유의 공기를 마시면.
그 순간 내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기 전 집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아 달 빛을 쳐다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마지막엔 육아전쟁에 임하는 멋쩍은 각오를 혼자 하고 집에 들어오곤 했다.
그리고 하나 더 다짐한다.
'이제 와이프 퇴근 시간에 언제 오냐고 보채지 않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