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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하는 삶이란

감탄할 것

by 눈항아리

겨울 아침은 어둑어둑하다.


잠에서 깨면 창 밖을 본다. 몇 시쯤 되었을까 시간을 가늠한다. 컴컴한 숲에 희끄무레한 나무줄기가 보일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운다. 어둠이 시간을 가르쳐줄 리 만무. 그러니 눈을 한 번 더 감고 보는 것이다. 더 자야 하는 모양이다.


여섯 시 몇 분 전부터 알람이 울리고 있다. 아무도 안 일어난다. 큰 아들의 알람, 둘째의 알람이 연달아 울린다. 반복되고 중간에 끊기기도 한다. 누군가는 잠결에 꿈결에 소리를 듣기는 듣는구나. 그러나 누구 하나 어둠을 몰아내줄 전등을 안 켠다. 지겨운 어둠을 떨치고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


짙은 어둠이 이불인양 끈덕지게도 몸을 감싸 안아 바닥으로 끌어당긴다. “5분만.” 큰 아들이 잘 써먹는 말이다. 그나마 깨어난 큰 아들만 하는 말이다.


날이 밝아지지도 않았는데 일어나야 한다. 어둠 속에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겨울의 태양은 늦게 떠오르니까. 겨울에도 우리의 아침은 시작되어야 하니까.



일어나!


까만 아침을 깨우는 소리다. 새벽부터 갈고닦은

서늘하고 건조한 목청이 칼칼한 소리를 집안 구석구석 퍼뜨리는 소리다.


침대에서 목석처럼 한참 앉아있다 나오는 남편, 머리가 짓눌린 채로 물을 마시러 나오는 아들, 기계음과 엄마의 음성 둘 다 신경을 안 쓰는 둘째 아들, 여러 번 외침에 끌려 나와 안 차려진 밥상에 앉아 졸고 있는 셋째 아들, 안아 주고 뽀뽀해주고 일으켜줄 때까지 절대 안 일어나는 막내딸.


모두의 기상은 아랑곳 않고 아침이 시작된다. 어둠을 뚫고 빛이 서서히 번져 온다. 느리게 하나씩 둘씩 천천히 깨어나는 우리 가족은 아침의 빛과 같이 서서히 밝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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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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