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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by 눈항아리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길가에 선 나무도 그걸 아는지

자연스레 단풍나무 빨간 잎을 마구 얹고서

분위기를 내 본다.



서릿발에 눈발에

빨간 단풍물이 쪽 빠질 만도 한데

다 말라 바스락 소리를 내고

서걱거리며 흩날려도

붉은빛을 잃지 않는 이유는

기다리는 그날 때문이다.



벽을 휘감은 덩굴줄기는

어느 집 현관문에 달아줄

둥그런 리스를 만들면 좋겠다.

어느 겨울의 크리스마스 무렵

중년 부인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무줄기 한 아름을 가지고

크리스마스 리스 틀을 만들던 모습이

생각난다.

나는 칡덩굴로 만든 리스가 좋다.

일정하고 깔끔해 보이더라.


매일 그 자리에 그저 있는 나무와

매일 그 자리에서 벽을 기어오르는 덩굴인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보이고

덩굴줄기가 리스 틀로 보이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즐기지 않는다 생각했는데

마음은 기다리는 건가?

나는 기다리지 않는데

아이들 때문에 그런가?



그런 아이들에게 넌지시

크리스마스 선물을 뭘 받을 것이냐 물어보니

물건으로 달라는 녀석은 하나도 없다.

큰아이 둘은 현금이다.

이제는 현금 대신 페이로 쏴주면 된다.

셋째는 게임이 확실하다.

넷째는 그림 그리는 도구를 패드에 깔아달라고 한다.


그래도 뭔가 허전한 마음에

다이소에 들러 꼬마들 머리에 하나씩 씌워줄

산타 모자를 샀다.

이번엔 부직포처럼 뻣뻣한 거 말고

부들부들한 감촉으로 골랐다.

천 원짜리 말고

이천 원짜리 두 개를 사서

어디에 뒀더라...

남편과 같이 지난주에 데이트 나갔다 사 왔는데...

남편 트럭을 뒤져봐야겠다.



나는 수수한 겨울이 좋다.

아이들은 반짝이는 겨울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나도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왜?

산타 모자는 왜 써?

몰라.


산타 모자는 왜 쓰냐고 물으면서도

하루 신나게 쓰고 다닐 것을 안다.


그냥 기분이 들뜨는걸.

연말이라 그런지도 몰라.

한 해의 끝이 다가오니까.

그게 뭐가 좋다고?

한 해가 저물면 나이도 한 살 더 먹는데.

아이들만 좋지

나는 안 좋은데.


그냥 마무리를 하면

얼쑤! 하고 추임새를 넣으면서

장단을 맞추는 거야.

세월에게.

계절에게.

다가오는 특별한 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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