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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08. 2024

아침은 고단백 야채식

쌀이 없었던 그 아침


아이들 식판에 구운 계란 한 알과 방울토마토를  준비해 주었다. 동글동글한 것이 귀엽다. 그러나 많이 부족해 보이는 아침 밥상.


탄수화물을 찾아 뒤져보니 구석에서 마카로니가 나온다. 하늘이 나를 도우시는구나. 탄수화물을 내려주시다니.(그러나 이제와 생각해 보니 국수 같은 기다란 스파게티 면이 집에 많다. 며칠이 지나도록 생각이 안 났던 이유가 있으니...)


파스타 느낌으로 토마토소스에 살짝 볶으면 되겠다. 마카로니를 푹 퍼지도록 삶았다. 파스타 면을 잘 못 삶는 불량주부도 마카로니는 잘 삶을 수 있다. 아침밥으로 먹을 거니까 푹 퍼지게 가 포인트! 소금도 약간 넣어 끓였다. 완벽한 마카로니를  뜨거운 물에서 건져냈다. 물기를 빼면서 동시에 소스를 준비해야겠지? 아침엔 바쁘니 양파 볶기 등 번거로움을 생략한다. 그냥 토마토소스만 팬에 볶아준다. 토마토소스가 냉장고 어디엔가 남아있었다는 게 중요하다.


토마토소스를 꺼내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열었다. 2025년 *월 *일. 오래 남았으니 걱정 없다. 뚜껑 개봉.


펑!
푸시!



희뿌연 연기가 자욱하다. 살짝궁 뚜껑을 닫아주었다. 더 터지지는 않겠지?


하늘이시여 왜 이런 토마토소스를 내려주시나이까. 마카로니를 맨입으로 먹으라는 말씀이십니까.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개봉한 지 오래된 음식은 먹으면 안 된다.


개봉 후 가급적 빨리 드세요.


문구를 그냥 지나치지 말자. 그러나 저러나 소스는 물 건너가버렸다. 완벽하게 준비한 탄수화물은 고이 담아 냉장고에 모셨다. 냉장고에 오래된 병들이 왜 이리 많을까. 냉장고 정리부터 해야겠다.


부실한 아침 밥상, 아이들의 식판에 슬그머니 구운 계란 하나씩 까서 더 얹어 주었다. 얘들아 오늘 아침은 무탄수 고단백 야채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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