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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Jun 06. 2024

변화무쌍 밥

불량주부가 해 주는 밥을 군말 없이 먹는 가족들이 대견하다. 미리 라면을 먹거나 슬그머니 라면을 먹는 그들의 지혜도 뛰어나다. 라면과 간식으로 주부를 유혹하는 그들의 노력도 가상하다. 고기반찬을 요구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으며 그저 밥을 밥통에 조용히 덜어내는 체중 조절의 의지도 멋지다. 가끔 배달 음식으로 주부의 일손을 덜어주는 세심함도 갖춘 가족들.


그러나 불량주부 굳게 마음을 먹었으니 오늘도 모두가 행복해지는 건강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야채식과 더불어 진행하는 건강식이 있으니 갖가지 밥이다. 밥이 보약이니 밥을 잘해야 한다.



잡곡밥



어린이들의 소화를 돕기 위해 흰쌀밥을 고수하던 날들은 갔다. 이제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 섞어 먹어본다. 17곡 섞어놓은 잡곡을 한 봉 다 먹고 며칠 전에는 노랑 잡곡과 찰수수를 사 왔다. 노랑 잡곡은 잘 구분이 안 되는데 이번에 산 곡식이 무엇이더라. 조일까 기장일까. 노랑빛이 도는 것으로 보아 기장일 것 같은데...


잡곡 돌려 먹기도 심심한 듯하여 팥을 씻어 불렸다. 팔팔 끓여 첫물을 따라 버리고 또 삶았다. 식혀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밥을 할 때 조금씩 넣기만 하면 되니 팥 밥이 쉽다. 멥쌀은 조금 안 어울린다. 다음번에는 찹쌀을 좀 섞어봐야겠다.


감자를 깎았다. 밥에 같이 넣어서 감자밥을 했다. 다 된 밥에 감자를 으깨면 안 된다. 온전한 감자를 살짝 들어 밥 옆에 예쁘게 놓아준다. 아이들도 좋아한다. 고구마 밥도 해 먹어야겠다.


길 건너 마트에만 가도 잡곡 종류가 엄청나다. 다음번엔 무슨 잡곡을 살까? 콩밥도 좀 해 먹어야겠다.


살림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 할 수 없다. 그저 작은 노력으로 나와 가족들이 조금 더 건강해지면 좋겠다. 그리고 더욱 다양한 먹거리로  밥 한 끼 준비하는 데 재미가 더해진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잡곡만 구비해 놓으면 그리 어려울 것 없는 건강 밥.



잡곡을 뛰어넘어 나물밥


이번에는 곤드레나물 100그램을 주문했다. 밥의 변신은 무한대. 변화무쌍 밥을 하는 재미가 좋다. 나물밥은 처음인데 성공할 수 있을까? 콩나물 밥도 오랜만에?




잡곡을 이것저것 준비하면 뭘 하나. 아침에 쌀을 찾는데

쌀이 없다.


주방에 남은 쌀은 몽땅 가게에 가져갔다. 창고에 하나 남은 줄 알았는데 없다. 기가 찰 노릇이다. 쌀이 없는데...머릿속에서 생각만으로 밥이 뚝딱 만들어지면 좋겠다. 라면 퇴치를 위한 노력의 결과 사리면 하나까지 완벽하게 다 없앴다.


아침을 어쩔 것인가.


무엇이든 짜내 보아라.  


계란 프라이와 방울토마토? 제발 주부님아 머리로 밥을 하지 말고 몸으로 좀 밥을 하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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