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면서 퇴근하다

by 눈항아리

남편이 모는 차에 타면 오른쪽 머리 위에 달린 손잡이를 꽉 잡아야 한다. 초보 운전자의 관점이지만 차간 거리 유지를 안 한다. 급 정거를 즐기기도 한다. 속도가 빠르며 앞 차가 느릴 경우 휙휙 차선 변경을 한다. 앞지르기의 고수다. 평소에 멀쩡한 심장도 쫄깃해진다. “어어어어! ”를 효과음으로 장착한다.


반면 나는 겁이 많아 차 두 대는 너끈히 들어오도록 차간거리를 유지한다. 앞차가 급정거라도 하면 브레이크 밟고 정지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응 속도가 느린 나를 위한 안전 방책이다. 옆 차선에서 누구든 끼어들어올 빌미를 준다는 것이 맹점이다.


나는 안전 속도를 유지한다. 빨리 갈 이유가 없다. 천천히 가니 신호등에서 다 막힌다. 아침 등굣길에는 아이들 속이 타고 애가 마른다. 왜 빨간불은 한번 걸리면 계속 걸릴까? 눈썰미가 있는 아이들이 빨리 달리면 초록불에 통과할 수 있다며 알려줄 정도다. 아빠 차를 타면 초록 불로만 쌩 하니 달려 5분 이상은 벌 수 있으니 엄마에게 운전 잔소리를 안 할 수 없다.

나는 웬만해서 차선 변경을 안 한다. 앞 차가 느리게 간다면 더욱 느리게 멀찍이서 따라간다. 밤에는 비틀거리는 차도 가끔 만나는데 앞 차가 비틀거린다면 더욱 거리를 벌리고 뒤따른다. 아빠는 벌써 추월을 했을 거라며 부모의 운전 스타일을 비교분석 하는 아이들. 2차선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1차선으로 진출할 수 없다. 추월 차선을 탔다 돌아오지 못한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운전 5년 차 초보 딱지 떼기는 결코 쉽지 않다. 중 3인 아들이 운전면허를 따고 차선 변경을 익히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답답한 엄마의 운전을 보며 성인이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들이다. 속이 터지겠단다. 온갖 잔소리를 들으며 달리지만 안전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열심히 달린다.


매일 가는 길로만 가니 현란한 운전법을 익힐 필요가 없다. 집과 가게만 왔다 갔다 하고, 때때로 가는 곳은 정해진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만 출동한다. 주차장이 없는 곳은 가다가 너른 주차 자리가 보이면 무조건 세우고 한참을 걸어도 간다. 누가 어디를 가자고 하면 못 간다고 딱 잘라 말한다. 음식 픽업 같은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픽업하는 집은 대부분 버글대는 차 때문에 주차를 못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5년 차 초보 운전자인 나는 그런 뚝심을 가지고 한길 가는 사람이다.


새로운 길은 무섭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해야 한다. 무작정 출발했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내비 언니와 싸우기도 한다. 아는 길로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도 하다. 새로운 길을 가려면 미리 길을 알아봐야 한다. 귀찮기도 하다. 아는 길로 돌아 돌아 어찌어찌 도착하기도 한다. 길잡이 운전수를 고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이 방법을 제일 많이 쓴다. 운전대를 넘기는 것이다.


아픈 날에도 든든한 기사님을 운전석에 태운다. 최고 심박수 202 bpm을 찍었다. 그런 날은 운전을 할 수 없다. 편안하게 누워 남편 기사님을 부린다. 빠르게 달린다. 의자를 뒤로 젖혀서 손잡이를 잡을 수 없다. 차가 속도를 줄이면 오른발이 저절로 조수석 아래쪽 어두컴컴한한 보이지 않는 브레이크를 찾아 밟는다.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좀 천천히 가지? ’똑바로 앉았다면 몇 번 잔소리를 하고도 남았을 텐데 얻어 타는 주제에 말을 아낀다. 심장을 꼭 부여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오랜만에 졸면서 퇴근하니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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