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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Nov 12. 2024

글로 쓰는 커피숍 오픈 브이로그

아침의 부산함 뒤 잠시의 휴식 시간. 커피 한 잔을 뽑았다. 작은 머핀을 나를 위해 남겨 두었다. 빼빼로 데이라며 아들이 남편에게 준 빼빼로를 뜯었다. 비밀이다. 아침에도 아들의 사랑을 먹고 싶은 걸 어쩌란 말인가. 가로챈 사랑?의 빼뻬로도 달콤하고 맛나다. 아들이 나에게 준 빼빼로는 어제 그 자리에서 다 먹었다.


평화로움은 거저 오지 않는다.


서둘러 아침을 열었다. 가게 문을 여는 일이 뭐 그리 바쁜가 하겠지만, 가게 문만 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나름 다 바쁘다. 새벽부터 일어나 빨래를 두 번 돌렸고, 아뿔싸 빨래를 안 꺼내놓고 왔다. 미역국을 끓여 밥을 먹이고 설거지를 마치고, 아뿔싸 미역국을 냄비째로 밖에 그냥 두고 왔다. 설거지를 마쳤다. 아이 넷을 싣고 각자의 학교에 내려주고 출근했다. 출근을 하면 오픈을 하느냐 그게 또 아니다. 생강 두 냄비를 불에 올렸다. 어제 씻어둔 생강을 짰다. 생강 설거지를 마치고 머핀 반죽을 했다. 25분 오븐에 올렸다. 고양이가 나오는 동화 구름빵의 좋아하는 엄마의 대사 “40분만 기다리면 맛있게 익을 거야. ” 나도 오븐에 뭘 굽는 사람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화장지, 티슈, 손티슈를 챙겨 넣고 화장실을 정돈한다. 창문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킨다. 가게 문을 열고 온갖 기계와 불을 켜고 포스기도 켜고 음악도 켜고 커피를 한잔하려는데 알람이 울린다. 오븐이 머핀을 꺼내 가져가란다. 시간이 참 잘 간다. 미니로 나온 건 내 간식. 보통은 남편 사장 간식으로 주는데 오늘은 남편 사장이 남겨둔 빼빼로까지 뺏어 먹는다. 주전부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오픈이란 부산함의 끝에 오는 새로움이다. 평화란 전쟁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음악도 좋고 웅성거리는 기계음도 좋고 커피도 좋다. 짧은 휴식 시간이 꿀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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