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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근영 Dec 20. 2024

쟁반짜장 그 특별한 빛깔

‘바쁘다’와 ‘심심하다’ 둘의 결합은 아이러니다. 일상이란 바쁘고 한가함을 떠나 같은 날의 반복을 말한다. 똑같은 날들이 계속되는 상태다. 그러니  바쁘면서 심심한 것이 그리 이상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바빠서 심심할 틈이 없다는 말은 거짓이다. 바쁜데도 심심해 죽겠다. 뭐 재미난 거 없나.


무료하고 답답한 날들 속 이야기. 일상글은 무채색과 같은 일상에 쨍하게 선명한 색을 입히는 작업이다. 일상에 특별함을 더하는 작업이다.


일상이과 일상이 더해져 내가 되니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면 특별함에 특별함을 더해 더 나은 내가 되지 않을까. 더 빛나는 삶을 살기 위해 일상글을 쓴다.


매일 같은 날들 속에서 헤매다 문득 떠오르는 선명한 빛깔을 찾는다. 종일 침침한 회색빛이었다.


가게 외부등을 일찍 켰다. 간판 불을 켜고 저녁을 시켰다. 밥을 시켜 먹을 땐 으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법인데 회색인 하늘과 같이 회색 일색이었던 칙칙한 뇌가 단숨에 고민을 해결해 버렸다. 몸이 안 움직이는데 마음이라도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줘서 고마웠다. 뇌는 강력한 명령을 쥐어짜 손가락 하나를 겨우 움직여 길 건너 중국집을 검색해 쟁반짜장과 볶음밥을 시켰다. 마침 배달맨 복이가 왔다. 하늘이 도우시는구나. 저녁밥이 술술 풀리니 기운이 났다. 오랜만에 다섯 명의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평일 저녁밥을 먹었다. 면이 불으면 안 되니 교대로 먹을 수 없었다. 면을 먹으면 늘 들이닥치는 손님도 잠시 뜸했다. 아들 한 명이 빠졌지만 함께 먹으니 좋았다. 회색빛 마음에 짜장 색이 더해졌다. 짜장은 거무튀튀한 색인데 촤르르 윤기가 나서 그런가 저녁밥을 먹고 나니 힘이 난다. 종일 힘이 없어 병든 닭처럼 졸린 눈을 하고 좀비처럼 걸어 다녔던 것 같은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하루 종일 나 대신 고생한 남편의 눈이 보였다. 피곤이 가득 차 커다란 왕눈이 조그맣게 보였다.


쟁반짜장을 먹고 힘이 났다. 오늘의 특별하고 선명한 빛깔은 우습게도 거무튀튀하고 윤기 나는 짜장면 색깔이다. 먹으면 힘이 나기도 한다.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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