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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거꾸로 입었다

나에게서 잊힌 기억

by 눈항아리

옷을 거꾸로 입었다. 어느 날은 조끼를 거꾸로 입고 있다 한나절이 지나서야 알았다. 목 뒤에 상표하나,오른쪽 옆구리에 상표하나가 달랑거렸다. 앞치마를 하고 있었으니 그리 표는 안 났겠지만 덜퉁한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겠다. 눈썰미 있는 손님들은 다 알아챘을 테다. 창피하다. 얼른 도로 뒤집어 입었다.


옷을 거꾸로 입었다. 어젯밤 면티를 입고 누웠는데 복실이가 발견했다. 엄마 잠재우러 와준 복실이가 옷솔기, 재봉선을 보고선 의심을 하더니 오른쪽 옆구리에 달려있는 작고 하얀 천 쪼가리를 보고 확신했다. 복실이와 나는 하하하 웃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 네 번이 된다. 옷 입을 때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것인지.


지금에 집중하자.


‘품질표시 사항’과 ‘제품 취급상 주의사항’이 빼곡히 적힌 쪼가리 녀석, 넌 왜 자꾸 오른쪽 옆구리에 붙어 있는 거야.


옷을 입을 적에는 앞뒤가 바뀌었는지 꼭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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